증세논의 재부상..어떤 세금부터 올릴까?

법인세 증세 놓고 "투자위축" vs "원상복구" 입장 대립 첨예

박근혜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처음으로 ‘증세’를 언급하면서, 증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올해 세수부족분이 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세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져가고 있다.

현재 소득세와 법인세, 소비세, 재산세 등 4대 세목 가운데 가장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분야는 바로 법인세다.

법인세는 직접세로 조세형평성에도 맞고, 특히 과세대상이 법인으로 투표권이 있는 자연인(유권자)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세목보다는 정치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때 낮춰준 법인세율을 원상복구한다는 명분도 갖추고 있다.

◈ “법인세율 인상하면 국내경기 악영향 미칠 것”

하지만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찬반입장은 매우 첨예하게 대립해있다. 먼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쪽은 법인세율을 높이면 기업 활동이 위축돼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세수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법인세가 국내총생산에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OECD 평균인 2.9%를 크게 웃돌고 있는 점도 반대 근거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법인세를 충분히 걷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로워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법인세 인상은 결국 투자자금의 해외유츌로 이어져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안종석 연구위원은 “요즘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해외투자를 활발히 하는 편인데, 외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 속에서 우리만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의 신규투자가 상당수 해외로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 찬성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 “법인세 감면해도 투자-고용 안 늘어났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을 합한 비용은 이윤 대비 29.8%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42.5%를 크게 밑돌았다.

인하대 강병구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오히려 총조세 비용으로 보면 해외 기업보다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 당시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 줬지만 투자와 고용의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법인세와 투자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미 판명이 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문제는 증세로 걷어야 하는 세금수입의 규모다. 정부는 올해 7~8조원의 세수부족을 예상하고 있다. 당장 법인세 비중을 10% 올린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법인세 수입이 46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추가 세수는 5조원에 못 미친다.

법인세 증세만으로는 세수부족을 충당하기에 역부족이고, 결국 법인세와 소득세, 소비세 등 모든 세목을 한꺼번에 올려야 세수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8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한지 닷새 만에 내용을 번복하면서, 세금문제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포기한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폭적인 증세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은 재원부족으로 인한 복지공약 축소로 사태가 귀결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세를 안 할수는 없고 그렇다고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증세논의는 추석 이후 정관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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