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사라진 재래시장, 그래도 情만큼은…

17일 제주 민속오일장내 수산물 가게 매출 뚝

17일 추석 대목장이 열린 제주 민속오일장. 수산물 가게는 한산한 모습이 연출됐다.
추석 대목을 맞은 재래시장이 명절 특수는 사라지고 한산한 분위기만 연출되고 있다. 특히 일본 방사능 여파로 수산물 시장은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추석을 앞두고 17일 제주시 민속오일장이 섰다. 흔히 말하는 추석 대목장이다.

그러나 사람들로 붐벼야 할 오일장은 한산하기까지 했다.

왁자지껄한 가격흥정은 사라졌고 조용히 물건을 고르는 풍경만 보일 뿐이다.

민속오일장안에서 과일을 파는 김영희(67, 여, 가명)씨는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마트로 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난 장보다 손님이 더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주 민속오일장내 과일 가게.
길목이 좋은 곳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오일장 입구에서 장사를 하는 김춘화(64, 여)씨는 "사과와 배, 단감, 감귤 등 제수용 위주로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아무리 마트가 싸게 판다고 해도 재래시장보다는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산물 가게는 일본 방사능 여파로 더욱 심각했다.

고등어와 옥돔을 파는 김명춘(38, 여)씨는 "추석 대목장이 아니어도 수산물 가게가 모인 이곳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며 "꽉 막혀 있어야 할 길이 텅텅 비었다"는 말로 씁쓸함을 대신했다.

김씨는 또 "일본 방사능이 수산물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추석 대목장에 맞춰 물건을 들여 놨지만 30%도 팔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주 민속오일장내 채소 가게.
명절특수는 사라졌지만 추석을 앞둔 재래시장은 역시 정이 넘쳐난다.

추석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를 따라 왔다는 대학생 박일찬(27)씨는 "몇마디 오가면 물건값이 내려가고 싸우는듯 하면서도 웃음으로 끝난다"며 "사람사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복잡하지만 활기찬 모습이 좋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현남귀(75, 제주시 아라동) 할아버지는 "마트도 많이 있지만 과일이나 생선을 사려면 재래시장만한 곳이 없다"며 "우리네 이웃들의 웃음과 정이 넘쳐난다"고 미소지었다.

추석을 앞둔 오일장이 그래도 대목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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