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류현진은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지만 안타를 무려 10개나 맞으면서 고전했다. 지난 7월에도 5이닝 7피안타 5실점, 6월은 6이닝 11피안타 3실점 등 전체적으로 안타를 많이 맞았다. 애리조나전 피안타율은 무려 3할6푼2리나 됐다.
류현진은 자신과 약속을 또 한번 지켰다. 17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공부의 효과를 톡톡히 입증해냈다.
이날 류현진은 8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안타 2개, 볼넷 1개로 2점만 내주는 호투를 펼쳤다. 다만 안타 1개가 2점 홈런이었고, 타선이 1점만 내는 데 그치면서 1-2로 패배, 시즌 첫 완투패를 안긴 했다.
하지만 불과 5일 전, 똑같은 타순의 타자들을 상대로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1회 홈런을 내준 뒤 무려 19타자 연속 범타를 엮어냈다. 6회까지 5이닝 연속 등 8이닝 중 6번이나 삼자 범퇴를 잡아냈다.
1회 1사 1루에서 상대 간판 타자 폴 골드슈미트의 홈런으로 연결된 시속 146km 초구 높은 직구가 유일한 실투였다. 이후 골드슈미트를 연속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아쉬움을 씻어냈다.
볼 배합이 달라졌다. 지난 12일 1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다소 안이하게 던졌던 공이 맞아나간 것과 달리 신중한 투구를 펼쳤다.
특히 커브의 비중을 높이면서 다른 구종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날 류현진은 투구수 10개 중 패스트볼 47개, 체인지업 24개, 커브 20개, 슬라이더 9개였다. 이전까지 한 자릿수에 그쳤던 커브 횟수를 높이면서 직구와 변화구 비율이 거의 5 대 5가 됐다.
예상 외의 배합에 애리조나 타자들은 헛방망이를 돌리기 일쑤였다. 27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 1개 외에 26타석에서 2안타만 내줬다. 1회 홈런 이후 7회 2사에서 애런 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네 타자를 다시 범타로 엮었다.
다만 핸리 라미레스, 안드레 이디어 등 주포들이 빠진 타선이 1점에 그치면서 류현진은 아쉬운 패전을 안았다. 비록 완투패를 안았지만 반성과 공부의 결실을 맺어낸 역투임에는 분명했던 애리조나 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