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을 사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16일 민주당 단독으로 개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이 회의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사찰자료를 넘겨줬다고 한다"며 "그래서 본격적으로 8월 한 달 동안 채동욱 총장에 대한 사찰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내용은 이중희 비서관과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단 둘만 연락하며 유지가 됐고 심지어 이 비서관은 김 부장에게 채동욱 총장이 '곧 날아간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참여한 한 검사도 15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검찰수사 외압 및 검찰총장 음해 의혹'을 정리한 글을 통해 사찰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이 글에서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일부 검사에게 조선일보 보도 예정 사실을 알렸고, 그 무렵 일부 검사에게는 총장이 곧 그만 둘 것이니 동요치 말라는 입장을 전달하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오른 검사의 글이 사실일 경우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설 보도는 청와대와 검찰에 의해 뒷받침 된 치밀한 공작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는 검찰총수를 밀어내기 위해 사생활에 대한 은밀한 뒷조사를 벌이고, 이 결과를 특정 언론에 흘렸다면 검찰독립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新)유신'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채 총장과 관련한 보도가 난 이후에 공직윤리 차원에서 특별감찰반을 편성해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감찰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민정수석실이 사찰설을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부인하고 나선 것은 설이 설을 낳고 소문이 소문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동욱 사찰설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민간인 사찰과 뒤섞여 청와대는 의례 그런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고착화될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찰설을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추석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찰설이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채모 군의 생활기록부나 가족관계등록부, 출입국 관련 기록 등은 힘있는 국가기관의 조력 없이는 얻기 힘든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8월 중순에 조선일보사의 간부를 만났을 때 '청와대 측 한 인사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를 뒷조사했다. 9월 중에 날아갈 것이고, 검사장급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한 검찰 간부의 증언도 있는 상태다.
청와대 사찰설을 공식 제기한 박지원 의원도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청와대의 발표도 과거에도 늘 보면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도 있었다"며 "제보를 해 주신 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청와대가 사찰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제보자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 사람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