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만에 형 만나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제주 이종신씨, 이산가족 상봉 북측 명단에 형 포함돼

25일부터 시작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형을 만나게 된 이종신(72,제주시)씨.
제주에 사는 70대 할아버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을 통해 북에 있는 형을 65년만에 만날 수 있게 됐다. 북측이 확정한 명단에 '동생들이 보고 싶다'는 80대 할아버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제주시 삼도1동 이종신(72)씨는 7살때인 1948년 4.3 사건 당시 형(이종성, 84)과 헤어졌다.

이씨는 "형이 군인인지, 경찰인지 모를 사람들에게 끌려갔다"며 1년뒤 인천소년형무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찾아갔지만 만나질 못했다"고 말했다.

형무소측이 전염병에 걸린 형을 데려가라고 해놓고는 몇날 며칠이 걸려 찾아갔을땐 병이 다 나았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1950년 6.25 전쟁이 난 이후에는 아예 연락이 끊겼고 60년 넘게 생사도 모른 채 살아왔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을때 마다 실낱같은 기대를 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이종신씨는 선산에 형의 비석까지 세웠다며 사진으로 보여줬다.아래 사진은 이씨의 부모.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북에 형이 살아 있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동생들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지난달말 경찰로부터 들은 것이다.

그때부터 이씨는 잠을 제대로 못잤다.

북측에서 형을 이산가족 상봉자로 확정해야 만남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최종명단을 교환한 16일 북측 명단에는 이종성이라는 이름이 포함됐고 이씨는 그제서야 모든 근심을 덜 수 있게 됐다.

이씨는 "형의 생사를 몰랐기 때문에 45년전 어머니 묘 옆에 비석도 세우고 이후 제사도 지냈다"며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데 형을 만날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종신씨 부부.
하지만 이씨는 "어머니가 형을 못보고 돌아가신 것은 한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92세때인 1998년 사망한 어머니는 생전 소원이 형을 만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씨의 아내 문옥선(70)씨는 "한번만이라도 큰아들을 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늘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씨는 "추석전에 부모님의 묘소를 찾아 형과의 상봉소식을 전할 생각이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형을 만나면 가정을 꾸렸는지,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알고 싶고 묻고 싶다며 상봉 날짜가 손꼽아 기다려 진다는 이씨.

이번 상봉행사에는 아내와 아들, 여동생(이영자, 70) 부부가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오는 25일부터 엿새동안 금강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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