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인 남편·주치의 구속 기소(종합)

주치의 허위진단서로 3번 형집행정지 받고 15번 연장

여대생 청부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중견기업 회장 부인에게 허위 진단서를 써준 주치의와 이를 사주한 남편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김석우 부장검사)는 돈을 받고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윤모(68·여) 씨의 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서부지검은 또 회사자금 수십억 원을 횡령해 박 교수에게 허위진단서 발급을 부탁하며 돈을 건네고 윤 씨의 입원비로 사용한 혐의로 영남제분 회장 류모(66) 씨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교수는 류 씨로부터 미화 1만 달러를 받고 지난 2008년 10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윤 씨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류 씨는 박 교수에게 허위진단서 청탁과 함께 1만 달러를 건넨 혐의와 함께, 영남제분과 계열사 자금 8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박 교수는 ‘맞춤형 진단서’를 발급하며 윤 씨가 2004년 무기징역이 확정된 뒤 9년의 기간 가운데 4년간 형집행정지를 받도록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남제분 류 회장은 빼돌린 회사 자금으로 윤 씨의 1년 5개월 입원비 2억 5000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부 살인 주범 윤 씨는 박 교수의 도움으로 모두 3번 형집행정지와 15번 형집행정지 연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최초 형집행정지를 받은 뒤 6번 연장 뒤 재수감, 2009년 2차 형집행정지를 받은 뒤 3번 연장, 2011년 3차 형집행정지 뒤 6번 연장됐다가 결국 2013년 5월 형집행정지가 취소돼 수감됐다.

특히 박 교수는 윤 씨의 2차 형집행정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34개 외국문헌을 인용한 ‘논문식 소견서’까지 작성해 류 씨에게 전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2012년 작성한 허위진단서에 협진의사들이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유방암·파킨슨 증후군·백내장·우울증·어지러움·불면증·당뇨병 등 12가지를 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박 교수가 발급한 진단서 29통은 대부분 과장되거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나, 검찰은 법리상 허위성이 명백한 3통에 대해서만 허위진단서 작성죄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진단서 수사를 위해 4년간 의사로 활동하다 검사로 임관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장준혁 검사를 파견받아 5000쪽에 달하는 진료기록부와 진단서, 협진의사와 간호사 20여 명을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되지 않은 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충분히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공소 유지 차원에서 확실한 3통에 대해서만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허술했던 형집행정지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7월 ‘자유형 집행정지 업무 처리 지침’을 개정해 형집행정지를 결정할 때 외부전문가와 2명 이상의 의사가 참여하도록 했으며 매월 1회 이상 집행정정지자에 대한 불시점검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등 여러 업무 가운데 형집행정지에 비교적 관심을 덜 기울였던 점이 사실”이라면서 “정교하지 못했던 지침과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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