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감찰 조사 지시에 앞서 청와대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통해 사실상 사퇴를 종용해 놓고 검사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사표처리 유보'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검사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15일 '혼외아들 의혹' 제기 1주일 만에 이뤄진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 사의 표명과 관련,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밝혔다.
채동욱 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후 즉각 처리하지 않고 이틀 뒤에 사표를 처리하지 않았다고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채 총장 사퇴 후, 대검 중간 간부가 사퇴 의사를 밝히고 서울 서부지검에서 평검사 회의가 열린데 이어 전국 지검에서도 회의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가 긴급히 '상황 제압'을 위해서 들고 나온 카드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가 '사표 처리 유보' 방침을 밝히고 나서자, 서울 북부지검과 수원 지검에서 15일 예정됐던 '평검사 회의'가 취소 되는 등 일선 지검의 반발이 '정중동'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공직자 윤리문제'로 몰아가는 등 채동욱 총장의 사퇴를 윤리 문제로 프레임을 단순화 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렸다'는 비난을 물타기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이제와서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채 총장이 다시 와서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언론에서 감찰을 두고 법무부-청와대 교감이라고 비판하고 대다수 국민도 공감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주일인 15일을 기해 부랴부랴 발표했을테고, 추석 연휴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입장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과 경제활성화, 고용증진 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문제를 갖고 이런 식으로 마치 대통령이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법무부가 지난 13일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언론에 공개해 사실상 '강제 퇴진'시켜 놓고 사표처리 유보 방침을 밝힌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장관이 국민을 향해 검찰총장을 감찰한다는 것은 사표를 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청와대가 황 장관의 조치가 문제가 있었다면 곧바로 사표를 반려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도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의 채 총장 감찰조치를 지시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와 검찰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3일 감찰 지시를 내리기 며칠 전부터 채동욱 총장에게 "법무부가 감찰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채 총장은 "법무부의 감찰 조사를 받아 들일 수 없고, 감찰을 하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무부의 압박이 계속되자 채 총장은 12일 자신의 입장에서 한 발 더나가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조선일보에 대해 정정보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총장직 유지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한 간부는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감찰 문제가 수그러 든 것으로 판단했는데, 금요일인 13일 점심 무렵쯤 법무부 감찰 지시가 갑자기 통보 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감찰관이 해외출장중이었던 법무부가 청와대 지시가 없는데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 사실을 발표한 것 자체가 코미디다. 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 방침을 몰랐다거나 사전 조율이 없이 법무부 장관이 독자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황 장관의 성격과 업무 방식으로 볼 때 청와대 지시 없이 움직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법무부와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이에대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법무부를 통해 감찰 착수지시를 함으로써 채 총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유도해 놓고 이제 와서 사표 수리를 안했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자 고도의 꼼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