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이날 오후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긴급 평검사회의를 소집해 조선일보의 채 총장 혼외아들설 보도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공개감찰지시 연이은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등 일련의 사태에 관해 다음날 새벽까지 회의를 열고 의견을 모았다.
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평검사 회의가 열린 것은 서부지검이 처음으로 검사들은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평검사 회의 개최 결과'라는 제목의 글을 '평검사 일동' 명의로 올렸다.
게시들을 통해 서부지검 평검사들은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그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쳐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황 장관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평검사들은 또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고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채 총장에게도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라며 사의 표명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평검사 회의에는 서부지검 평검사 대부분이 참석했고 일부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검사들은 전화로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 지역의 한 검사도 "정치적 외압을 막아내야 할 장관이 감찰의 실효성과 미혼모와 아이의 인권, 검란 후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조직 추스리기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이번 평검사 회의가 다른 지방청으로 확산되며 일선 검사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해 성추문검사 파문과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등 현직 검사의 잇따른 비위로 검찰에 대한 개혁여론이 거세지자 전국 검찰청의 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열고 자체개혁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중앙수사부 폐지' 등 개혁안을 내놓자 이같은 논의가 '유명무실' 해지면서 사상초유의 '검란(檢亂)'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