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청와대, 속전속결로 검찰총장 낙마 성공

민정 수석실 관계자, "1주일 내 채 총장 낙마한다"는 소문 퍼져

정권 초 청와대의 힘은 위력을 떨쳤다.


한 보수언론이 사실이 분명하지 않은 '혼외아들 설'을 보도하고 불과 1주일 만에 현직 검찰총장을 낙마시켰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임명된 후 청와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검찰총장을 제거할 빌미만 제공되면 못마땅한 총장을 사퇴시키기로 내부 결정을 했다"는 설이 계속 제기돼왔다.

실제로 '혼외 아들설'이 보도된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검사들에게 "채 총장이 1주일 내 낙마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총장추천위의 반란으로 이미 박근혜 정부가 원하지 않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들어섰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자기들 사람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혼외 아들설'은 빌미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사퇴'과정에서도 청와대가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앞서, 정권측 관계자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자진 사퇴를 하도록 권유했으나, 채 총장이 '혼외 아들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퇴를 거부하자,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의 감찰권을 즉각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는 검찰총장으로써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모욕적인 압박'이었고 채동욱 총장은 결국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법무부의 또다른 인사도 "채 총장은 자신이 버틸 경우, 참모들이 가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컸고, 우선 검찰 조직을 더이상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검찰의 독립성 확보는 영원한 미궁속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현직 총장을 불과 5개월만에 낙마시킨 만큼, 후속 인사 조치로 검찰권을 장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검의 한 검사는 "채동욱 총장이 취임한 뒤 외풍을 막아 줬고, 지난해 말 큰 혼란에 빠졌던 검찰을 이정도까지 국민들의 지지를 받도록 기여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정치권력에 의해 휘둘리는 사태가 너무 잦아서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검의 또다른 부장검사도 "정권이 검찰총장을 낙마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 후과는 두고두고 정권에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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