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계속된 부진 탓에 새로 발표된 FIFA 랭킹에서 58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5위로 추락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권을 바라보면 한국 축구와 흡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자기들끼리 열심히 움직이긴 하는데, 축구에서 가장 필요한 골 결정력, 정치에선 대화와 타협, 경색을 풀기 위한 정치력이 전혀 안 보인다는 거죠.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 국정 파트너끼리 허심탄회하게 국정 전반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게 우리 정치에서는 왜 이리 어려운 일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습니다.>
▶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3자회담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 정부가 내놓은 서민금융상품들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습니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논리 배치'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측 납부 재산에 대한 압류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환수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 기초수급자 자살이 이어지는 등 빈곤층 복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 오늘부터 시작된 국지성 호우로 내일까지 서울, 경기와 영서 지방에는 최고 120mm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 3자회담 제안 수용>
홍영선 기자의 보돕니다.
=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3자회담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초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민주당은 당내 검토를 거쳐 이 같은 입장으로 선회하고 오늘 중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은 모든 국정 현안을 논의하자는 청와대 제안에 국정원 개혁 문제도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회담에 적극 응한다는 생각입니다.
김관영 대변인입니다.
"국정원 개혁 등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방안이 회담 주 의제가 돼야 함이 자명하다"
민주당은 원래 3자회담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고 이미 밝힌 데다 대통령 제안을 거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용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통령의 3자회담 제안에 입장을 유보한다면서도 국정원 개혁이 의제에 포함되면 형식은 크게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국정원의 제도적 개혁 등을 최소한의 요구로 내걸고 3자회담에 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알맹이 없는 회담으로 끝날 경우 민주당 내 반발은 물론 정국이 더욱 꼬일 수 있는 만큼 청와대와 여야는 회담이 열리는 오는 16일까지 사전 조율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전두환 일가 재산 본격 환수 절차 개시>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첫 공매는 이르면 11월쯤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김수영 기잡니다.
= 검찰이 어제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납부한 재산을 압류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오늘까지 납부 재산 대부분을 압류하고 늦어도 오는 16일에는 압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압류 대상은 서울 연희동 사처 본채와 별채, 전 전 대통령 네 자녀 소유 각종 부지와 빌딩입니다.
검찰은 일단 서울과 경기 지역 재산을 압류하고 경남 합천군 소재의 선산은 다음 주 초쯤 향후 거래 등을 파악한 뒤 압류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경기도 오산 땅과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부지, 한남동 신원플라자 빌딩 등 일부 '알짜배기' 부동산을 수의 계약을 통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면 공매보다 매각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고 제값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압류한 재산을 공매 처분하게 되면 감정평가기간 1~2개월을 포함해 2~3개월이 걸리는데 검찰이 자체 실시한 약식평가로 감정평가를 대신할 경우 3개월 안에 첫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압류 재산이 대부분 부동산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 봄으로 첫 공매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비자 물가… 정부는 누르고 기업은 눈치 보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논리와 배치되는 가격 인상 억제 논란은 여전합니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정부 눈치만 볼 뿐 가격 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부 이재기 기자가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 오르기만 하던 물가가 박근혜 정부 들어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죠?
= 이명박 정부 말기 3~4%에 이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박근혜 정부 들어 1%대로 낮아졌습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1%에 머물러 있습니다.
생활필수품이 기준인 생활물가는 0.7~0.8% 수준으로 더 안정돼 있습니다.
농축산물과 공산품은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 정부 물가정책의 약발이 먹힌 건가요?
=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전방위적 물가 관리에 나섰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요.
특히 민감한 식음료 제품 가격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기업들은 공산품 가격 인상을 거의 포기한 상탭니다.
거시적으로는 국제유가 안정과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인상 요인이 있어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제조업계는 답답하겠군요?
= 대표적인 곳이 식음료 제조업체입니다.
전기ㆍ전자ㆍ조선 등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식음료 업체들은 2~4%에 불과할 정도로 이익률이 낮아 인상 요인을 현실화하지 못하면 당장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혹 불이익을 당할까 올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린 업체도 있죠?
= 지난 1월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일제히 올리자 SPC 그룹은 2월 말 빵 값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3월 초에 바로 가격을 원상회복하는데 '제품 내용은 바뀐 게 없이 값만 올렸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부당 편승 인상은 엄단하겠다'는 정부 엄포가 직접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제일제당이나 풀무원, 오비맥주 같은 회사들이 가격을 원상회복한 사례가 있습니다.
▶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거 아닙니까?
= 단기적으로는 좋겠죠. 그런데 풍선을 누르면 들어가지만 누르는 힘이 사라지면 다시 불룩해지는 것처럼 업체들은 언젠가는 가격을 올립니다.
특히 기업들이 연말이나 정권 말 등 취약한 시점에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해법은 없을까요?
= 기본적으로 생필품 가격 관리를 시장기능에 맡기되 필요한 경우에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면 독과점 규제나 유통구조 개선 같은 것을 들 수 있는데요.
공정 경쟁을 유도하려면 결국 제품 정보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돼야 하는데 소비자단체들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요즘 우윳값을 쉽사리 못 올리는 것도 소비자단체 감시 때문이죠.
<박근혜표 서민금융상품 유명무실>
▶ 월세 대출이나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 등 이른바 '박근혜표' 서민금융상품이 수십 건밖에 팔리지 않는 등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관치 금융상품인 셈입니다.
홍제표 기자의 보돕니다.
= 정부는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했던 서민금융상품에 대대적 손질을 가했습니다.
'MB 색깔 지우기'란 말도 나오긴 하지만 필요성은 인정됩니다.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새 희망 홀씨 등 이름만 보더라도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껴왔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서민금융상품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2'는 출시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4개 은행의 판매 실적이 모두 26건에 불과합니다.
지난 4월 출시된 월세 대출 상품 실적은 더욱 초라합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모두 10건, 1억 원 미만이 대출됐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실패 상품으로 보고 출시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의욕과 달리 정부의 기획 상품이 줄줄이 실패하는 이유는 탁상공론 행정과 보여주기식 한 건 주의 때문입니다.
정부는 조만간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1'을 후속편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자기 주택을 담보로 맡겨야 하기 때문에 현실을 무시한 관치 상품이란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기초수급 탈락자 또 자살… 자격 심사 강화에 공분>
▶ CBS가 위기에 처한 빈곤층 복지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진행 중인데요.
안타깝게도 기획보도가 나간 첫날인 지난 월요일에 부산에서 또 한 명의 기초수급 탈락자가 자살했다고 합니다.
비극은 반복되는데 정부는 오히려 자격심사 강화 안을 발표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지난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렌터카 안에서 연기를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A 씨는 큰 딸의 취직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에서 탈락하자 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째 신부전증을 앓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A 씨는 최근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해 매달 1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한 지 나흘 뒤 정부는 오히려 부양 의무자를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안에 따르면 정부는 사통망 심사를 강화하고, 기초수급자 정기 조사 이외에서도 지자체가 상시적으로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양 의무자에 관해서는 하반기부터 금융재산 조사를 시행하고 내년에는 전수조사를 벌여 더 혹독한 심사를 예고했습니다.
복지부가 올 하반기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심사에 열을 올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달 중으로 발표될 기초연금을 비롯해 각종 복지 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공약에 비해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빈곤층 쥐어짜기는 더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가부장제 끝자락 60대 남성들의 위기감>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가부장제도의 끝자락에서 위기감을 겪고 있는 60대 이상 노년 남성들을 이대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65살 A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6ㆍ25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뒤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가족을 부양하면서 전통적인 엄한 가장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자식들이 독립하면서 가부장적 지위도 옛말이 됐습니다.
자신의 삶이 중요해진 자식들은 물론 믿었던 아내에게서도 동네 사교 모임이나 친구들의 뒷전으로 밀려난 겁니다.
"가정 안에 마음 의지할 데가 없다"
실제로 대한노인회가 만 60세 이상 노인 2,500여 명에게 물어보니 남성 68%는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으로 배우자를 꼽았지만, 여성은 34%에 불과했습니다.
또, 노년 여성은 38%가 자녀를 의지한다고 답했지만, 남성은 18%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배우자마저 먼저 떠나 보낸 노년 남성의 생활은 더욱 비참합니다.
서울 한 구청의 사회복지사입니다.
"할아버지들은 살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기본적인 의식주 영위가 안 된다. 방문을 열면 악취가 날 정도…"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 제이 막'이 펼쳐진다고 하지만, 노년 남성들에게는 그저 홀로선 무대일 뿐입니다.
<신문으로 보는 세상, '아침 신문 읽기' 이희진 기잡니다.>
▶ 조중동이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깁니다.
= 중앙일보가 오늘 교학사의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출판 포기 검토와 관련해 <교과서 오류 있다고 살해 협박까지 당하나>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6면에 <공수 뒤바뀐 '역사' 논쟁… 교육청까지 교과서 채택 거부 운동>이라는 기사를 크게 실었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들이 교과서 문제를 주요하게 다룬 건 교육부가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오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정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어제부텁니다.
▶ 그런데 조중동은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오류가 줄줄이 드러날 때는 조용했는데요.
= 조중동을 제외한 대부분 신문이 최근 황당하고 어이없고 또 무수한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오류 문제를 잇달아 제기했죠.
그러나 말씀하신 대로 조중동은 잠잠했습니다.
하지만 '엉터리' 논란은 가열됐고 뉴라이트 교과서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교육부도 수정 방침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조중동이 쏟아낸 기사가 '역사관 논란 확산' 등이었는데 이들 신문 기사를 보면 숱하게 드러난 오류는 사소한 문제고, 마치 좌우 이념 갈등이 논란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진짜 그런 건가요?
▶ 이 와중에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자가 '제2의 조현오' 논란에 휘말리는 모양입니다.
= 경향신문 4면 <'노무현 대통령' 발언 이명희 교수 '사자 명예훼손' 제2 조현오 되나>라는 기삽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근거도 없이 '고 노무현 대통령 차명계좌'를 운운했다가 실형을 선고받는 등 대가를 치르고 있죠.
그런데 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그제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했다"는 역시 근거 없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발언한 시기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겠지만, 2006년쯤으로 안다"고 했다는데, 이런 분이 집필해서 뉴라이트 역사교과서가 오류투성인가요?
▶ 조선일보 참 안타깝습니다.
= 당사자 확인이라는 기본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설' 보도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조선일보 몸부림이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오늘은 10면에 <蔡 총장, 이름 도용했다는 임 씨에 왜 법적 대응 않나>라는 기사를 큼지막하게 실었습니다.
이번 조선일보 보도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임 씨 미혼모자일 텐데요, 조선일보가 그런 임 씨에게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채 총장을 타박하는 꼴입니다.
채동욱 총장이 "미혼모로 애를 키우기 힘들어 그랬다"는 임 씨를 딱하게 여겨 그냥 넘어가든, 아니면 괘씸하게 생각해 법적 대응을 하든 채 총장 마음인 거죠.
그걸 왜 조선일보가 따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친자 확인 논란 때는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고 '쿨'한 칼럼을 썼던 조선일보 박정훈 부국장은 오늘은 "그땐 사적인 문제고 이번 채 총장 건은 공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네요.
조선일보 지금 많이 당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