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제임스 해몬드 교수는 12일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하기 위해 지난 달 북한에 다녀왔다"며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같이 말했다.
해몬드 교수는 "이번 방북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교수 등 영국과 미국 과학자 3명과 독일 비영리단체 관계자 1명 등 모두 4명"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 측에서는 30여 명의 과학자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과학협력은 미국 리처드 라운스베리재단이 미 과학진흥 협회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영국 자연환경연구협의회로부터 지진계를 임대하면서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두산에 설치한 지진계를 통해 전세계 지진 활동을 관측하고, 멀리서 발생한 지진이 백두산 화산 밑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진계 같은 정교한 측정장비가 전략물자 반입을 금지하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조항에 포함돼 해당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는 데 2년이 걸렸다고도 덧붙였다.
해몬드 교수는 "앞으로 북한 측이 지진계의 측정 데이터를 3~4개월마다 전달하게 된다"며 "이를 토대로 북한과 공동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몬드 교수는 "백두산 화산이 재분화되는 시기를 예측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고 말했다.
백두산은 2000년대 초반 잦은 지진 등 분화 조짐을 보이면서 화산 재폭발 가능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과학잡지인 '사이언스'는 지난 2011년 9월 현지 탐방 기사에서 "중국은 백두산에 11개의 디지털 관측소와 16곳의 GPS, 위성항법장치 관측소 등 촘촘한 관측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북한은 백두산에 6개의 지진계 만을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그 나마 1개 만 디지털 장비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제 아날로그 지진계를 개조한 장비를 운영해 왔다.
사이언스는 "백두산 천지 호수 연안에 있는 북한의 관측소에는 겨울에 4명이 숙식을 하며 분화구 3백80m 아래의 구멍과 2곳의 온천수에서 스며나오는 가스를 채취하는 작업을 하지만 이미 가스 감지기 몇 대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