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김석기, 한국공항公 사장후보에 거센 반발

유가족·진상규명위원회·공항공사노조 한 목소리 규탄

"하루아침에 가장(家長)을 잃게 한 책임자가 공기업 사장이라니 말도 안 된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진압 작전을 지휘했던 김석기(59)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 후보로 발탁되면서 유가족 등의 공분을 사고 있다.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는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참사에 책임 있는 김석기 전 서울청장의 후보 지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김 전 청장과 오창환 전 공군사관학교장, 유한준 전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등 3명이 신임 사장 후보로 지명된 데 따른 것이다.

유가족 대표 발언에 나선 고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는 한숨으로 말문을 열며 "살고 싶어 올라갔던 망루에서 24시간도 채 안 돼 공권력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죄 없는 철거민들과 대화 한 마디조차 없이 진압했다"는 것이다.


전 씨는 이따금 터져 나오는 한숨에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총선까지 출마했던 김 전 청장이 이제는 공기업 사장 후보가 됐다니, 유가족들이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 양회성 씨 부인 김영덕 씨도 "김 전 청장은 유가족을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하루빨리 책임자로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이성수 씨 부인 권명숙 씨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용산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이곳에서 시위했다"며 "진상이 확실한데도 이를 은폐하려고만 하는 정부 밑에서 유가족들이 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발언을 이었다.

또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도 그 주위 사람들은 끝까지 김 전 청장을 쫓아다니면서 공항공사 사장 취임을 막고 진상도 규명해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진상규명위와 한국공항공사 노동조합 측도 "용산 참사로 6명이 목숨을 잃고 그 때문에 사임한 전 경찰청장이 다시 공기업 사장으로 거론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상규명위 조희주 공동대표는 "살인 진압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사법적 판단도 아직 안 된 상황에서 책임 당사자가 공기업 사장이 될 수는 없다"며 "당장 후보 명단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낙하산, 부적격 인사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에서 전문성도 없는 김 전 청장을 공항공사 후보로 올리는 것은 심각한 도덕 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공항공사노조 이시우 위원장은 "검증 안 된 사람이 계속 후보로 내정된다면 강력히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공항공사 노동조합은 전날 조합원들만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에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부적격하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용산참사 인명피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 전 청장 선임과 전문성을 무시한 부실 인사검증에 분노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뒤 진상규명위원회 측과 유가족 대표는 청와대에 "용산참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김 전 청장 구속 등 처벌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망루 농성을 벌여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철거민 2명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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