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은 12일(한국 시각)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탈삼진 10피안타 3실점했다. 0-3으로 뒤진 7회 마운드를 브랜든 리그에게 넘기며 시즌 14승도 무산됐다.
피안타 10개는 올 시즌 3번째로 많은 수치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로 끝낸 게 다행일 정도로 많은 안타를 맞았다.
그동안 지적돼온 1회 약점을 넘지 못했다. 이날 류현진은 1회만 연속 3안타로 2점을 먼저 내주고 시작했다. 2회도 1점을 내준 데다 타선 지원도 얻지 못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 보스턴전에서도 1회만 3점 홈런을 포함해 4실점하며 5패째를 안은 바 있다. 이후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1회부터 작심하고 시속 150km의 공을 뿌리며 6⅓이닝 6탈삼진 1실점 13승을 따내며 징크스를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2경기 만에 다시 초반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초반 15구 이내 피안타율이 3할1푼9리에 이른다. 홈런 8개와 16타점이나 내줬다. 전체 피안타율이 2할4푼9리, 13피홈런, 49타점인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약했다.
▲무뎌진 변화구에 ARI 상대 약점 못 넘어
13승 이후 무려 12일 만에 등판한 탓에 감각도 다소 떨어진 듯했다. 이날 류현진은 1회 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 경기를 치르면서 몸이 풀리는 타입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구속이었다. 류현진도 전날 "많이 쉬어서 힘은 충분히 보충했다"며 비축된 체력을 자신했다.
그러나 변화구가 맞아나갔다. 선두 A.J. 폴락에게 146km 직구를 잇따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119km 커브가 중전 안타가 됐다. 2번 윌리 블룸키스트에게도 볼 카운트 2-2에서 130km 슬라이더가 좌전 안타로 연결됐다. 3번 폴 골드슈미트에게는 역시 2-2에서 129km 체인지업으로 첫 적시타를 내줬다.
류현진이 구사하는 변화구 3개가 모두 맞았고, 또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당했다. 특히 블룸키스트와 골드슈미트는 안타에 앞서 파울 뜬공을 유도해냈지만 아쉽게 관중석으로 넘어간 탓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승부구가 제대로 먹히지 않은 탓이 컸다.
2회는 되려 직구를 맞았다. 헤랄도 파라와 터피 고스비쉬에게 던진 각각 150km와 148km 패스트볼이 모두 좌선상 2루타로 연결돼 추가 실점했다. 타구가 절묘한 코스로 간 탓도 있지만 1, 2회 모두 상대 노림수에 걸린 모양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애리조나전 1승을 거뒀지만 3경기 평균자책점(ERA)이 무려 5.82에 달했다. 또 피안타율은 3할4푼8리에 이르렀다. 1경기를 던진 시카고 컵스전(ERA 3.38) 피안타율 4할2푼3리를 빼면 사실상 가장 좋지 않았다.
1회 약점과 무뎌진 감각, 천적 애리조나, 이 3박자가 갖춰져 류현진의 14승을 가로막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