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첩] 철학·문화가 담겨있는 스페인 투우

지중해 주변에는 야생 소가 흔해 소와 관련된 축제가 많다.

스페인의 소와 맞서 싸우는 투우(corrida de toros) , 길거리에 소를 풀어 놓고 이를 쫓는 산페르민(Sanfermin) 축제, 소머리에 리본을 매달고 이를 떼어 내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투우처럼 이 지역의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며, 야생 소의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조절해 왔다.

결국 이런 지역의 야생 소들은 지리적, 문화적 정체성을 띠게 되었고 축제의 중요한 자원이 됐다.
스페인의 투우 축제는 매년 3월 발렌시아에서 시작해 10월 초순까지 쉬지 않고 열린다. 어느 한 지방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라 거의 전국적으로 투우 축제가 열린다.

투우에 대한 기록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14세기 이후. 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축제로 자리를 잡은 것은 르네상스 시기인 16~17세기로 알려져있다. 이렇게 전해 내려오던 투우는 1750년 마르틴초((Martincho)라는 투우사에 의해 현대식 투우로 창안됐다. 마르틴초에 의해 시작된 현대식 투우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 주에 있는 론다(Ronda)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기사가 말을 타고 말위에서 소와 싸우는 '레오네오(Rejoneo)' 방식이 유행했는데, 이것은 요즘 말을 타고 하는 투우사인 피카도르(Picador)로 변형됐다. 이후 18세기 초부터는 지금처럼 투우사가 땅에 서서 소와 싸우는 방식으로 일반화 됐다.

투우는 총 3단계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는 소를 창으로 찔러 힘을 빼는 단계 (Picar), 두 번째는 작은 창을 여러 개 꽂아 지치게 하는 단계 (Banderillear), 그리고 투우사가 칼로 급소를 찔러 절명케 하는 마지막 단계 (Matar)가 있다.


투우 한경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와 싸우는 사람인 투우사 마타도르(Matador) 이 외에 심을 박아 넣은 보호대로 감싼 말을 타고 소에게 단창을 찔러 소의 기운을 떨어뜨리는 조연을 맡은 삐까도르(Picador), 화려한 장식을 한 두 개의 작살을 소의 목이나 어깨에 꽂는 반데리예로 (Banderilleros) 두 사람, 챙이 넓은 베이지색 모자와 가죽으로 만든 상의와 몸에 꼭끼는 바지를 입고 소를 흥분시키는 조연급 투우사인 까발레이로, 소 주변을 걸어 다니며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포르카도 등 총 6~7명이 한 팀을 이룬다.

투우는 투우사 마타도르 1명이 2마리의 소와 대결하는데, 1회 진행할 때마다 3명의 마타도르가 등장한다. 즉, 1회에 총 6번의 투우가 진행되며, 1번에 약 20분씩 총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투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순간 마타도르가 물레타(Muleta)라고 하는 막대기에 카포테(capote)라는 붉은 천을 흔들며 소가 돌진하도록 만드는데, 이를 파세(Pase)라고 한다. 투우사의 몸이 소와 얼마나 가깝고, 아슬아슬하게 비켜나느냐에 따라 기량의 우열을 가르게 된다.

스페인 여행 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우 경기를 잔인하다며 기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왜 투우에 열광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들이 즐기는 것은 단순히 소의 죽음이 아니라 무섭게 돌진해오던 소와 투우사의 기술이 잘 조화된 과정 그리고 그속에 담긴 인생의 철학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주에서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투우를 전면 금지했다. 지금도 곳곳에서 투우를 반대하는 시위를 자주 목격 할 수 있다.

홍기정(모두투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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