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장관 "북핵, 미국은 사보타지 중"

금강산 전망 그리 밝지 않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9월 11일 (수)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자료사진)
◇ 정관용> 남북이 오는 16일부터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61일 만에 완전 정상화에 들어선 것인데요. 이번 합의를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지. 개성공단 1단계 건설 사업에 첫 삽을 뜨고 개성공단 만들어지는 데 산파역할을 했던 분이죠. 전 통일부장관, 지금 원광대 정세현 총장을 전화해 모십니다. 총장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161일 만에 완전 정상화. 우선 소감 한 말씀 해 주시면?

◆ 정세현> 저는 아주 끝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161일 만에 그래도 퇴원을 해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조금 기운을 차리면 괜찮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입니다, 아주.

◇ 정관용> 다행이다.

◆ 정세현> 네.

◇ 정관용> 이런 다행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게 된 제일 큰 공을 세운 쪽은 어디라고 봐야 됩니까?

◆ 정세현> 어느 쪽이요?

◇ 정관용> 공을 세운 쪽은 어디라고 봐야 해요?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적 대응이 성과를 거뒀다라는 얘기도 있고,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웃음) 그건 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보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보다는 더 큰 판세. 북한과 중국 사이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소위 여건조성이라고 그럴까 이런 차원에서 중국으로부터의 강력한 권고가 있었고. 그래서 북한이 상당 부분 입장을 좀 완화시키면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죠. 그런데 겉으로 볼 때는, 그게 겉으로 볼 때는 북한이 입장을 완화시켰기 때문에 남쪽의 원칙 있는 태도에 굴복했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마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에서 어떤 식으로 회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별개 아닙니까?

◇ 정관용> 큰 틀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6자회담 여건조정용이다 이렇게 보신다?

◆ 정세현> 그렇게 보고. 왜냐하면 남북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 좋아져야 미-북 대화로 건너갈 수 있고 미-북 대화가 돼야만 6자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북한이 중국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입장을 바꿨다, 이렇게 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얘기는 제가 조금 후에 다시 한 번 여쭤보겠고요. 우선 지금 합의가 된 게 전자출입체계를 도입한다, 일종의 하이패스처럼 말이죠. 이동하는 차량에 전자칩 부착에서 그냥 쑥쑥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게 한다, 이건 큰 성과 아닐까요?

◆ 정세현> 3통 중에서 지금 통행을 좀 쉽게 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죠. 그런데 그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은 통신, 인터넷과 뭡니까?

◇ 정관용> 이동전화.

◆ 정세현> 인터넷과 이동전화. 이걸 빨리 개통을 시켜야 되는데 이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인터넷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일 위원장 생전에도 그건 할 수 있다 그러는데 개성까지 마음대로 인터넷이 되는데 그 이북지역을 어떻게 차단시키느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는 아주 구체적으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것까지 우리가 감안해가면서 밀어붙여야지 막말로 그냥 해내라는 식으로 하기에는 좀 어려울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번에도 남북 당국에서 인터넷, 이동전화통신하자라고 하는 원칙적 합의는 이루었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난관이 있다, 이 말씀이시네요?

◆ 정세현> 그렇죠. 인터넷이라든지 이동전화 같은 것이 북한사회 특히 개성지역과 누구죠? 근로자들. 근로자들의 소위 개방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사실은 그게 핵심인데 그게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 정관용> 그래서 아직 이게 합의가 안 되고 있는 거죠?

◆ 정세현> 그렇죠. 그렇다고 봅니다, 저는.

◇ 정관용> 또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서 바로 다음 달에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을 일단 상대로 해서 개성공단 내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세현> 투자설명회하면 가서 듣는 기업도 있겠지만 핵심은 미국기업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국제화를 왜 하려고 그러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기분 나쁘면 통행을 제한한다든지 뭐, 누구를 내쫓는다든지 하는 짓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지금 그러는 거고. 그거는 같은, 북쪽이 잘 쓰는 용어지만 우리 민족끼리라고 하는 말을 너무,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신을 그야말로 훼손을 하는 건데. 동포끼리 마음 놓고 행패를 부리는 것을 막겠다고 그래서 국제화라는 것을 끌고 나왔는데. 이게 미국이나 일본 같이 북한이 좀 조심을 해야 될 그런 대상, 그런 나라 그런 국가의 기업을 끌고 들어가야만 국교합니다. 그런데 이게 미국기업이 거기 들어가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왜냐하면 Economic Regulation Act라고 그래서 적성국 교역법 같은 것이 적용이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 난 솔직히 그거를 모르겠고. 그거 적용 안 된다기보다는 국제, 외국기업이긴 하지만 별로 그런 국제화라고 딱지를 붙이기에는 어려운 소규모 기업들이 들어가면 그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정관용> 이거는 좀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 정세현> 네. 그러니까 이게 너무 큰 욕심을 부렸다. 한-미 간에 여러 가지 제한도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까 말씀하셨던 좀 큰 틀로 넘어가서요. 지금 남북 간에는 이것 다음에 걸려 있는 게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 아니겠습니까?

◆ 정세현> 그렇죠.

◇ 정관용> 그게 만약 또 정상화가 되면 그다음에 6자회담, 이런 등등으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 지금 현재 상태는 조금 아까 표현하신 것처럼 북한이나 중국은 6자회담하자라는 식으로 자꾸 얘기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한국은 먼저 북한의 어떤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계속 그렇게 맞서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 정세현> 글쎄, 그래요. 근데 나는 참 이상한 것이 회담을 통해서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회담이라는 거는 그 상대방의 입장과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거꾸로 순서를 잡아서 북한이 태도가 변화한 것을 확인하고 회담을 시작하겠다는 게 이게 나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런 6자회담에 부정적인 게 미국이 더 강경합니까? 우리 한국정부가 더 강경합니까?

◆ 정세현> 미국, 강경하다기보다는 미국이 지금 저는 어떻게 보면 북핵문제 해결을 지연시킨다. 사보타지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는 지금 심각하지 않습니까? 그거 해결 안 되면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많이 입습니까?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경량화, 소형화 했다는 사실이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완전히 패닉으로 빠집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먼저 그 문제를 풀어야 될 나라는 우리인데. 우리 정부도 미국의 입장을 따라가겠다는 식으로 지금 미국에다 책임을 넘겨놓고 있고.

◇ 정관용> 미국은 왜 그렇게 미온적인 거예요?

◆ 정세현> 글쎄,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이 사람들이 비핵화보다는 비확산 쪽으로 입장을 정해놓은 거 아닌가. 또 하나는 지금 우리한테는 북핵 상황이 심각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자기네들이 갖고 있는 심층정보로 봐서는 조금 시간이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좀 시간을 지연시켜도 괜찮다고 보는데 내막적으로는 그런데 우리한테는 그 얘기까지는 안 해 주고, 자꾸 북한의 태도 변화 내지는 선조치만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다른 국제적으로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아서 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그런 건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아니, 그런데 시리아문제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시리아문제는 쉽게 얘기해서 동아태 차관보 소관이 아니잖아요. 이건 동아태 차관보가 알아서할 문제입니다. 동아태 차관보가 알아서 할 문제인데. 동아태 차관보가 다녀가지 않았어요? 며칠 전에. 한 열흘 됐나요? 한 열흘도 안 됐군요. 한 4, 5일 됐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다하는 식으로 갔고. 글린 데이비스 지금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도 와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하는 걸 봐서. 그래서 아까 조금 전에 제가한 그런 의심이 든다, 이겁니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

◇ 정관용> 알겠습니다. 막 미국이 계속 이런 식의 자세를 견지하는 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 간의 어떤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그다음 지금 이산상봉도 예정되어 있고요. 하나 남은 거 금강산관광 재개까지 만약 된다면. 그다음에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카드가 또 없는 것 아닐까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런데 이제 그 사람들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6자회담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죠.

◇ 정관용> 물론 그럽습니다만.

◆ 정세현> 그런 자체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거는 또 하려고 그럴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그런 문제에 관련해서 조금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고, 쉽게 안 해 줄 것 같습니다, 금강산도. 여러 가지 재발방지를 보장해야 된다고 그러는데. 재발방지는 쉽죠. 재발방지 뭐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 정관용> 약속하면 되는 거죠.

◆ 정세현> 그 이상 뭐 있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어렵지 않은데. 자꾸 회담 날짜를 늦춘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북한이 태도 변화를, 입장을 좀 더 굽히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인데. 그럴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 정관용> 어쨌든 전체적 형국은 중국이 좀 바짝 나서면서 북한을 설득했고 북한과 중국은 뭔가 6자회담 재개, 대화테이블 가동 이쪽으로 가고 싶은데. 한국과 미국은, 특히 미국은 좀 시간을 끌고 있는 분위기 현재로서는 그렇군요.

◆ 정세현> 네, 한국은 좀 독자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보면 미국과 협의해야 된다는 그런 차원에서.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세현> 뭔가 자꾸 우물쭈물하는 거죠.

◇ 정관용> 조바심내지 말고 좀 느긋이 기다려야 되겠군요.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정세현> 네.

◇ 정관용> 전 통일부장관, 원광대학 정세현 총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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