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탈북자와 조선족 노린 마약상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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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황모(47) 씨는 요즘 들어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고향 모습이 선했다. 요즘처럼 추석이라도 가까워지면 그리움은 더 사무쳤다.

하지만 꿈속의 고향은 옛 모습이 아니었다. 고향 집은 불에 타 무너지고 북에 두고온 형제들이 잡혀가 처형당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했다. 한국 생활 10년 차라 이제는 적응할 법도 하지만 고향인 함경북도와 형제들을 잊을 수 없었다.

같은 고향 선후배인 김모(53) 씨와 최모(33) 씨에게 고향 잃은 괴로움을 하소연하던 어느 날, 이들에게 은밀한 제안이 찾아왔다. 최 씨가 채팅 어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중국 동포에게서 괴로움을 잊게 해주는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결국 황 씨 등 3명은 지난 5월 서울 양천구의 김 씨의 아파트 등지에서 필로폰을 수차례 함께 투약하며 마약 중독의 길에 빠져들었다.


이처럼 향수병에 시달리는 국내 거주 중국 동포나 탈북민들을 상대로 마약을 팔아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로 중국동포 김모(33)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공범 1명과 마약투약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5월 중국 청도에서 필로폰 20g을 사들여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는 등 수차례 마약을 밀반입해 유통하거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4, 5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 지역에서 김모(21·여) 씨의 알선으로 밀반입한 필로폰 일부를 판매해 55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과 중국 동포 중 일부가 향수병이나 탈북과정에서 입은 심리적 고통 때문에 마약에 의지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새터민은 탈북 과정에서 마약 단속이 느슨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해 마약을 접하기 쉽다"며 "달아난 밀반입책과 판매책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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