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NL) 다승 8위, ERA 11다. 15개 구단 5명 선발진을 감안하면 거의 웬만한 팀의 1, 2선발급의 활약이다.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14승8패), 잭 그레인키(14승3패) 등 두 사이영상 1, 2선발에 버금가는 3선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같은 류현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올 시즌 류현진과 호흡을 맞추며 꾸준히 지켜봐온 주전 포수 A.J. 엘리스의 평가를 주목해볼 만하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엘리스는 다저스가 발간한 9월 구단 매거진에 실린 '신인 특집 커버스토리'에서 자신의 시각으로 본 류현진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인성(人性)을 첫 손에 꼽았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속에서도 투철한 프로 정신이 빅리그 정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엘리스는 "류현진은 정말 클럽하우스에서 편안하게 지낸다"면서 "항상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고 더그아웃 벤치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무척 잘 어울린다. 정말 좋은 성격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사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낯선 상황에서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조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은퇴)도 지난 1994년 빅리그 데뷔 후 한동안 동료들과 지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른바 따돌림에 대한 고충도 털어놓았을 정도다.
하지만 류현진은 특유의 활달한 성격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었다. 물론 박찬호와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등 앞선 선배들이 먼저 한국인 빅리거의 위상을 높인 덕분에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류현진만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류현진은 애드리언 곤잘레스 등 동료들을 한국 식당으로 데려가 함께 식사를 나누는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클럽하우스에서 절친 후안 우리베, 켄리 잰슨 등과 클럽하우스에서 도미노 등 테이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은 항상 웃는 모습"이라면서 "박찬호나 왕첸밍, 마쓰이 히데키 등 내가 경험했던 아시아 선수와는 조금 다른 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매팅리 감독은 뉴욕 양키스와 다저스 코치 시절 아시아 선수들과 지낸 경험이 있다.
▲"자기 관리를 누구보다 잘 한다"
엘리스는 "류현진은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다"면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고 선발 등판에대한 준비를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의 노동관과 운동 습관, 경기 준비는 빅리그에 걸맞은 프로"라면서 "이는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실 류현진은 시즌 전 흡연과 '저질 체력' 논란이 불거졌다. 러닝 훈련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 게 흡연 때문이 아니냐는 현지 언론의 지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되는 등판을 앞둔 선발 투수의 불펜 투구를 소화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실력으로 이를 잠재웠다. 후반기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며 체력 논란도 불식시키고 있다. 전반기 7승3패 ERA 3.09을 찍은 류현진은 후반기 6승2패 ERA 2.86을 기록 중이다.
▲"전혀 흔들리는 경우가 없다"
류현진의 강인한 정신력도 원동력이다. 엘리스는 "류현진은 압도당하거나 압박을 받는 경우가 없다"면서 "그는 경기에서 완벽하게 감정을 제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26번 등판에서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5번뿐이다. 5이닝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단 한번도 없다. 올해 두 번 1경기 5실점했지만 5이닝을 넘겼을 정도로 대량 실점하는 경우도 드물다.
올해 1경기에서 두 자릿수 안타를 맞은 적이 두 번 있었지만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 투구로 막아냈다. 어지간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 시즌 다저스의 복덩이로 인정받고 있는 류현진. 남은 경기와 포스트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