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 앞에 무릎을 꿇기까지는 대법원이 지난 1997년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한지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1988년 사과 담화에서 가족의 전 재산이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쳐 23억원이 전부라고 주장했지만 1996년 피의자로 선 법정에서 "정치 상황에 따라 허위로 발표한 것"이라며 스스로 거짓말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뒤 1997년에만 예금 107억원 등 모두 312억9000만원이 추징되면서 오래지 않아 추징작업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후 검찰의 추징실적은 전무한 채 추징 시효 연장에만 매달려야만 했다.
검찰은 2000년 12월 전 전 대통령의 벤츠 승용차와 장남 재국 씨 명의의 콘도회원권을 강제집행한 뒤 시효를 3년 더 늘렸고, 두번째로 추징시효가 만료된 2003년에는 가재도구와 기르던 진돗개 2마리, 연희동 자택 별채까지 경매에 부치기도 해봤지만 제대로된 추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처남 이창석 씨가 연희동 자택을 16억4800만원에 낙찰받아 다시 전 전 대통령 내외가 거주할 수 있었으며 그 유명한 '전재산 29만원' 발언도 불거져 나왔다.
'전재산 29만원' 발언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와중에도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에게로 비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정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침내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된 올해 검찰이 전면적인 압박에 들어가면서 전두환 일가의 숨겨진 재산들은 하나둘씩 세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던 연천군 허브빌리지와 미술품, 경기도 오산땅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사실상의 재산관리인인 처남 이창석 씨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전씨 일가의 버티기는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들어오자 전 전 대통령은 자신들의 재산이 별로 없음을 증명해보이겠다며 자신에 대한 수사기록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이 마저도 의미없는 몸짓으로 남게됐다.
지난 3일 전 전 대통령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다는 차남 재용 씨마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 230억원을 자진완납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전두환 일가의 16년간 버티기는 종막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