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백기투항' 했으나 수사 계속돼야

추징금 미납과정 탈법,불법 행위, 형사책임 물어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미납추징금 1672억원의 납부계획 및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버티던 전 대통령 전두환이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모두 내기로 했다.

전씨의 장남 재국씨는 10일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모두 내놓는 것으로 완납을 약속하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형식상으로는 '자진'납부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검찰 수사의 압박과 국민의 싸늘한 여론에 굴복한 백기투항인 셈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뒤늦게 완납을 결정한 뒤 마지못해 따라가는 모양새로 비춰져 모양새도 사납다.

대법원이 1997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린 지 16년 만에 추징금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대법원은 지난 1997년 4월 17일 전씨에 대해 군형법상 반란 및 내란죄 등으로 2205억원 추징금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는 징역 17년과 2628억9600만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그 해 12월 20일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에서 회동한 뒤 국민 화합과 지역갈등 해소 등의 명분으로 전두환과 노태우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발표했지만 추징금은 제외했다.

추징금은 사면에서 제외됐지만 전씨측은 막대한 자금을 측근과 자녀들에게 빼돌린 채 낼 돈이 없다고 버텨왔다.

지난 2003년 4월에는 법정에서 "재산이 29만원1000원밖에 없다" 주장하기도 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던 전씨가 이후 수십명의 측근을 거느리고 특혜 골프를 즐기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전씨의 자녀들이 막대한 부동산과 재산을 축적해왔다는 사실이다.

전씨가 마지막 추징금을 낸 것은 지난 2010년 4월. 추징시효 종료를 앞두고 검찰이 재산 압수절차에 나서려 하자 강연료 300만원을 자진납부 형식으로 낸 것이다.


그렇게 버티던 전씨측이 추징금을 완납하기로 한 것은 결국 검찰의 수사와 정치권의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 국민의 여론 때문이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지난 5월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조직했고 본격적인 재산추징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6월 27일에는 국회에서 추징금 징수를 위해서 압수수색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통과됐다.

이 법이 공포되면서 검찰은 즉각 연희동 자택을 비롯한 전씨 자녀들의 주거지와 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부동산과 미술품을 압류했다.

지난달에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전씨 추징금 관련해 전씨의 친인척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일 새벽 전두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윤성호기자/자료사진
이어 전씨의 차남 재용씨가 지난 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16시간 넘게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 압박에 전씨측은 가족회의를 거쳐 미납추징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16년에 걸친 추징금 숨바꼭질은 매듭이 지어졌지만 그렇다고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추징금의 납부가 정상참작의 사유는 되겠지만 추징금 징수를 피하기 위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행위에 대한 수사까지 덮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국씨는 연희동 자택까지 내놓겠다면서 여생은 그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지만 전씨를 향한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추징금 징수와 별개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추징금 미납과정의 탈법과 불법에 대한 형사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권력에 의한 부정축재가 결국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엄정한 교훈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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