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전의 첫 경기가 열린 10일(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 경기 전 관중석에는 매우 친숙한 유니폼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저스나 애리조나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팀의 저지를 입은 한국 팬 2명.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물었더니 울산 출신의 야구팬 유상훈(31)-유영석(29) 형제였습니다. 오늘은 이 용감한 형제의 기구한, 혹은 기막힌(?) 사연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야심판 관전 계획, 류현진 등판 비껴가
평범한 회사원이면서도 스포츠, 특히 야구광인 두 형제는 올해 야심찬 휴가 일정을 잡았습니다. 바로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류현진의 경기를 직접 두 눈에 담고 오겠다는 겁니다.
때문에 각각 다른 회사에 다니는 이들은 휴가 일정을 조정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격이 싼 항공과 호텔을 이용하는 등 최대한 비용을 아껴 7박8일 일정을 짰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류현진의 LA 홈 경기 등판 일정. 메이저리그 전문가 뺨치는 형 상훈 씨의 주도 속에 치열한 눈치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결국 전반기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고려해 일찌감치 9월 10일과 13일을 D-데이로 잡고 표를 예매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터졌습니다. 후반기 류현진이 4선발로 출발하고, 또 최근 영입된 선발 자원의 시험 등판, 류현진 본인의 부상까지 겹쳤습니다. 결국 류현진은 전반기 로테이션에서 3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결국 정말 얄궂게도 류현진의 등판은 10, 13일 사이인 11일에 잡혔습니다. 이미 표값을 치렀고, 중간에 다른 계획들도 잡아놔 일정을 변경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형 상훈 씨는 "그래서 고 최동원 선수의 유니폼도 입고 왔는데..."라며 혀를 찼습니다. 경상도 사나이인 만큼 롯데 팬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겁니다. 류현진이 한화 신인이던 2006년 고 최동원 당시 투수코치로부터 적잖은 가르침을 받았던 인연입니다.
▲특급 박찬호 도우미 사인공으로 위안
하지만 이들 형제에게는 곧 우울함을 떨치고 신나는 표정을 지을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다저스 출신 명선수의 사인볼을 받는 영광을 누린 겁니다.
다름아닌 숀 그린(41)입니다. 그린은 1993년 빅리그 데뷔 후 2007시즌 뒤 은퇴까지 15시즌 통산 타율 2할8푼3리 328홈런 1070타점을 올린 강타자입니다. 다저스에서는 2000년부터 5시즌 동안 162홈런 509타점을 올렸습니다.
특히 2001년에는 무려 49홈런 125타점을 올리며 다저스 마지막 시즌이던 박찬호(은퇴)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습니다. 잘 생긴 외모와 점잖은 외모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동생 영석 씨는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지만 나중에 형이 얘기해줘서 알았다"면서 "어릴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기뻐했습니다.
고대했던 류현진 선발 등판 '직관'의 기회를 잃은 유씨 형제. 그러나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소중한 추억을 얻었습니다.
P.S-이들 형제는 여세를 몰아 류현진의 사인도 받아내겠다는 각오입니다. 다만 경제적 여건 상 더그아웃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좌석이라 성사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이날이 안 되면 13일에는 꼭 이뤄내겠다며 전의를 다진 두 사람. 이 용감한 형제의 미션이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