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베트남 주석·총리·국회의장·당서기 만나 '세일즈' 올인

2020년 양국 교역액 700억달러 달성키로…한·베 FTA는 내년까지 추진

베트남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베트남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9일 호치민 전 국가주석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정상회담, 총리 오찬, 국회의장·당서기장 면담, 국빈만찬으로 이어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대(對) 베트남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호치민 묘소가 있는 기념광장에 도착했다. 베트남 정부가 명예수행원 자격으로 보낸 '응웬 티 하이 쮜엔' 노동보훈사회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대동하고 묘소를 향해 200여m 가량 이동한 뒤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쓰여진 리본을 조화에 붙이며 예의를 표했다. 이어 묘소 안으로 들어가 잠시 목례했다.

박 대통령은 한-베트남 정상회담이 끝나고 총리 주재 오찬에 참석하기 직전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의 안내로 호치민 전 주석의 거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거소앞 연못에서는 양국 정상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군의 베트남 참전 등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베트남을 방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베트남의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 직접 사과하거나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과거사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베트남 공산당 서열 2위인 쯔엉 떤 상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단독 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 협정서명식, 공동기자회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쯔엉 떤 상 주석은 "베트남을 동남아 첫번째 방문국으로 선택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높고 포괄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양국이 수교 이후 교역이 44배, 인적교류는 80배나 증가하는 등 두 나라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한·베트남 정상회담 성과는 회담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잘 반영됐다. 핵심은 2012년에 200억 달러를 돌파한 양국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700억불로 늘리기로 하고 이를 위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를 내년에 체결하도록 노력하기로 한 데 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를 방문, 헌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국이 공을 들여온 에너지·자원 3대 분야 프로젝트 진출 확대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우선 10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원전 5.6기 수주와 관련해 베트남은 한국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힘을 실어줬다.

베트남 측은 36억 달러 규모의 롱푸3 화력발전소와 23억 달러 상당의 응이손2 화력발전소 건설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데 협력하거나, MOU 체결을 환영하는 방식으로 협력 의사를 밝혔다. 융깟 석유비축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데도 협력과 지원을 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베트남의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 약정도 체결했다. 한국은 2012년에 끝난 고용허가제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으며, 베트남 국민들의 편리한 한국 입국을 위한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환영입장을 나타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한편 응웬 떤 중 총리는 박 대통령이 환담자리에서 '손톱 밑 가시' 애로 사항중 하나로 하나은행의 지점 신청이 6년동안 지연되고 있는 점을 들자 환담이 끝난 뒤 중앙은행 총재한테 얘기해 지점 개설 문제를 빨리 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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