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유전자 검사' 초강수 진격, 왜?

검찰총장 도덕성 논란 더이상 방치 할 수 없다고 판단

채동욱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와 관련해 '유전자 검사'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검찰총장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채 총장은 9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를 하겠다"며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조선일보에 즉각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한편, 가시적인 정정보도가 없을 경우 민·형사상 법정싸움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채 총장이 지난 6일 조선일보에 첫 보도가 나가자 "(혼외아들 설에 대해) 사실을 모른다"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응으로 일관하던 태도에서 180도로 입장을 전환한 이유는 뭘까?

채 총장측은 처음 보도될 당시 소극적 태도에 대해 '검찰총장이라는 공인의 입장'을 표면적 이유로 설명했다. 검찰관계자는 "'검찰총장이라는 공인의 입장에서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신중한 의견이 내부에 있었다"며 "(법적 대응을) 참았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검찰총장이 아무리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문제라도 유력 언론과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채동욱 총장은 '혼외 아들설'이 보도되자, 첫 반응으로 "저의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그런 사실을 모른다"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함으로써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저간의 사정이 뭔지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국민들은 "맞나, 틀리나"를 듣고 싶어 하는데, 총장은 "안다, 모른다"로 대답함으로써 현직 검찰 총장의 윤리적·도의적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은 것이다.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조선일보가 후속 보도를 내놓을 것이라고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안팎에서는 "전국의 검사들을 지휘하는 검찰총장의 입장이 불분명하다"며 "이런 상태로 총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채 총장도 그러한 위기감을 감지하기 시작했고, 더이상 검찰총장의 권위와 검찰 조직의 불안정성을 악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정면대응하기로 결론을 모은 것으로 관측된다.

적극적 공세로 전환한 또 다른 이유는 누구보다 본인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혹을 제기한 측이 더이상의 추가 정보나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의혹을 제기한 '저의'와 '상황'에 대해 어느정도 상황파악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가 단순한 개인 의혹에 대한 고발성 보도 차원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듯하다.

특히, 조선일보가 혼외 아들 학교 기록에 '아버지 채동욱'이라고 인용해 보도하는 등 일반인들이나 기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학교 정보나 개인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한 경위에 대해서도 채 총장측은 큰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학교 정보의 경우, 해당 학생과 부모의 동의 없이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자료"이고 "청문회에서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제출 받을 수 없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 정보들이 어디에서 흘러나와 보도가 됐는 지 의심할 구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즉, 총장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닌 최근 여러 사건에서 불만을 가진 특정 세력이 총장을 불명예 낙마시킴으로써 검찰 손보기를 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채 총장은 조선일보 기사가 처음 보도되자 개인 입장표명에는 조심스러웠지만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하여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9일 오전 회의에서도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된 '저의'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통상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될 경우 당사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혀 그런 절차가 없었다"며 '다른 의도'에 대한 의혹을 감추지 않았다.

채동욱 총장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면서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보도는 둘 중 한쪽이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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