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장승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결승 득점을 올린 빌리 해밀턴이다.
해밀턴은 선두 타자 라이언 루드윅이 볼넷으로 나가자 대주자로 나섰다. 이후 프레이저 타석 때 거침없이 2루를 훔친 뒤 우전 적시타 때 바람처럼 홈으로 파고들었다.
다저스 우익수는 강견으로 소문난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 때문에 해밀턴의 발과 한번쯤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러나 푸이그의 송구가 3루 쪽으로 치우치면서 해밀턴이 여유있게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가 끝나버렸다.
더그아웃에 있던 추신수(31)도 뛰어나와 해밀턴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현재 신시내티의 주전 중견수와 차세대 주자가 어우러진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뒤 신시내티와 1년 계약을 맺은 추신수는 올 시즌 이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해밀턴은 '포스트 추신수'로 각광받고 있다.
해밀턴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도루를 무려 155개나 올린 데 이어 올해도 75도루를 기록했다. 빅리그 승격된 이후 4경기 모두 대주자로 나와 베이스를 훔쳤고, 3번이나 홈을 밟았다. '총알 탄 사나이'의 등장에 홈 팬들도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해밀턴, 4연속 도루…세밀함 부족 지적도
추신수 역시 이른바 '해밀턴 효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는 짜릿한 승리 뒤 감격의 포옹에 대해 "나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유망주에 대한 애정을 담뿍 드러냈다. 이어 "한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달라졌고 승패에도 큰 영향을 준다"면서 "팀에 없는 스피드로 경기를 바꿀 수 있다"고 가치를 인정했다.
추신수도 빅리그 통산 100도루(102개)를 돌파하며 만만치 않은 주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홈런도 103개를 쏘아올릴 만큼 파워도 갖춘 호타준족형 선수로, 마이너리그 5시즌 13홈런에 그친 해밀턴이 비교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피드만큼은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전날도 해밀턴은 대주자로 나와 상대적으로 도루가 어려운 좌완 파코 로드리게스임에도 끈질긴 신경전 끝에 2루를 훔쳐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다만 아직 경험 등의 세밀한 부분이 2% 부족하다. 전날도 이어진 무사 만루로 3루까지 진루한 상황에서 후속 타자의 투수 직선타 때 미처 귀루하지 못해 횡사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타율과 출루율이 각각 2할8푼과 3할5푼이다. 격이 다른 빅리그에서 통산 타율 2할8푼9리, 출루율 3할8푼8리를 쌓은 추신수에는 못 미친다.
신시내티 팬들 중에는 해밀턴이 추신수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추신수는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누구에게 조언해줄 입장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올 시즌 최고의 1번 타자로 꼽히고 있는 추신수. 과연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해밀턴이 그 정도 수준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