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 2004년 재협상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물량을 2만 톤씩 늘리는 대신 오는 2014년까지 쌀 수입 개방을 미루기로 한 상태다.
내년 말로 다가온 쌀 수입 제한 만료를 앞두고 그동안 쌀 수입 전면 개방을 할지, 현재 상태를 연장할지 논란이 계속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민주당 심재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최근 쌀 관세화 개방, 즉 쌀 수입 전면 개방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최근 국내외 쌀값 차이가 줄어들고 매년 쌀 의무수입물량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다 쌀 자급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쌀 수입 개방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04년 재협상 결과, 쌀 의무수입물량이 지난 1988년에서 1990년 3년간 소비량의 4.0%, 20만 5천 톤이었던 물량이 내년에는 7.96%인 40만 9천 톤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연간 밥쌀용 소비량의 12%에 육박한다.
더구나 당시 기준이었던 1998년 소비량에 비해 지금의 쌀 소비량은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이라 앞으로 쌀이 더욱 남아돌 것이라는 설명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30년 전인 1982년 130kg, 20년 전인 1992년 112.9㎏이었으나 1998년 99.2㎏으로 100㎏ 아래로 내려갔고, 2001년 88.9으㎏로 90㎏ 선, 2006년 78.8㎏으로 80㎏ 선이 무너진 뒤 지난해 69.8㎏을 기록해 70kg 아래로 떨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쌀 수입 개방은 피할 수 없다"며 "농업계의 의견 등을 충분히 반영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다.
고려대 로스쿨 이재형 교수는 "쌀 관세화를 또다시 미루게 되면 국민 세금에서 엄청난 추가적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고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쌀의 양도 늘어서 다음 세대 농민들에게 큰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중 FTA 맞물려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관세화로 전환한 뒤 중국이 FTA(자유무역협정)와 연계해 더 낮은 우대관세를 요구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또 쌀 수입을 전면 개방하게 되면 앞으로 진행될 DDA(도하개발아젠다)와 FTA 협상에서 쌀을 예외 조항으로 취급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장경호 부소장은 "WTO 회원국들은 각각 2000년과 2004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지금까지 현상유지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우리나라도 2015년 이후 당연히 다른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현상유지를 선택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대종 정책위원장도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그랬듯이 FTA가 진전되지 않으면 농업 분야를 내주고 협상에 진전을 이루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당정에서 쌀 변동직불금 목표가격과 고정직불금 인상폭을 재검토하라고 정부에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한중 FTA와 관련해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다가올 쌀 수입 개방을 놓고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