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MLB 레터]"추신수-류현진? 14시간 운전도 OK!"

'현진아, 우리 꼭 PS에서 만나자!' 신시내티 추신수(오른쪽)와 LA 다저스 류현진의 재대결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7일(한국 시각) 다저스와 홈 경기에서 중전 안타를 친 추신수와 경기 전 몸을 푸는 류현진의 모습.(신시내티=임종률 기자)
7일(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경기 후 야구장 주변에서는 적잖은 한국 교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추신수(31, 신시내티)와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투타 재대결을 기대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정확한 집계는 하기 어렵지만 어림잡아도 수백 명은 족히 넘어 보였습니다. "우리 교포들이 1000명 남짓 정도 된다"는 신시내티 거주 한 교민의 말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온 셈입니다.

사실 지난 7월 28일 LA에서 펼쳐진 첫 맞대결 때와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100만 명 이상 교민이 사는 미국 최대 한인 도시 LA인 데다 인근 교민들도 꽤 왔기 때문입니다.

당시 첫 승부가 미국 서부의 중심에서였다면 이번에는 미국 동부에서 열린 대결이라고 무방할 듯합니다. 시카고 등에서도 적잖은 교민들이 두 선수를 보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24살 동갑내기 김혜수, 박연지 씨도 그런 분들입니다. 둘은 추신수와 류현진의 대결을 보기 위해 시카고에서 무려 7시간을 운전해서 왔다고 합니다. 서울-부산을 훌쩍 넘어서는 거리입니다. 무산될 듯 보였던 두 선수의 재격돌이 지난 3일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선발진 운용이 변경되는 변수 속에 성사되면서 부랴부랴 표를 예약하고 회사 일도 미뤘답니다.

하지만 5일 류현진이 허리 통증으로 이날 등판 연기가 발표되면서 고대했던 추신수와 재대결은 무산됐습니다. 그럼에도 경기장을 찾아 두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두 교민은 "시카고나 다른 데서도 교민들이 오늘 경기장에 정말 많이 왔다"고 했습니다.

박연지 씨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말에 "혹시 두 선수를 인터뷰했느냐"면서 "나도 꼭 만나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마냥 부럽다는 눈치입니다. 옆에 있던 김혜수 씨는 "야구를 하나도 모르던 친구였는데 추신수, 류현진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단짝의 뒤늦은 야구 열정에 혀를 내두릅니다.


'류-추 대결 꼭 보고 싶었는데...' 추신수-류현진의 재대결에 미국 동부 지역의 적잖은 교민들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성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카고에서 왕복 14시간을 감수하고 달려온 김혜수-박연지(오른쪽) 씨 등 교민들은 7일 경기 후 아쉬움 속에서도 두 선수의 활약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신시내티=임종률 기자)
아쉬움은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을 TV가 아닌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김혜수 씨는 "이제 또 7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한다"면서 "내일 아침에는 또 출근까지 해야 한다"며 짐짓 한숨을 내쉬었습니다.(당시 현지 시각은 밤 11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추신수 선수 경기를 봤으니 괜찮다고 합니다. 두 교민은 "두 선수의 활약이 미국의 한국 사람들에게 완전 힘이 되고 있다"면서 "나이 어리거나 아버지 세대들도 마찬가지"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힘든 귀가길을 밝은 표정으로 서둘렀습니다.

신시내티 교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경기 전 만났던 시내의 한 한국 식당 주방장 김욱범 씨는 "추신수 선수가 오면서 나를 비롯해 이곳 교민들도 종종 야구장으로 응원을 간다"면서 이어 "커피숍 같은 데서도 가끔씩 보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추신수-류현진, 박찬호 등 1세대 이후 교민들에 희망

원조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박찬호(은퇴)였습니다. 박찬호는 IMF 시절이던 1990년대 중후반 불같은 강속구로 메이저리거들을 돌려세우며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퍽퍽한 삶에 찌들었던 한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습니다.

이후 서재응, 최희섭,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등 적잖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미국 무대를 밟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모으다가도 이후 부상과 부진 등으로 하나둘씩 귀국하면서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희섭 이후 유일한 야수인 추신수가 투타를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빅리그를 누볐습니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끝에 클리블랜드에서 마침내 리그의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그런 가운데 올해 류현진이 전국구 인기 구단인 다저스에 입단해 맹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흥의 기폭제가 터진 모양새입니다. 선배 추신수는 개인 최고는 물론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빼어난 활약을 펼치치고 있습니다. 독야청청하던 추신수에 류현진이 가세했고, 임창용(시카고 컵스)까지 한국 선수로 14번째 빅리그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쉽지 않은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한국 교민들. 추신수와 류현진, 역시 힘들여 자신들의 길을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민들의 지치고 힘든 인생에 한줄기 위로와 희망까지 안기고 있는 자랑스러운 두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입니다.

P.S-일단 이날 두 선수의 맞대결은 아쉽게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바로 포스트시즌입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고, NL 중부지구 치열한 선두권 싸움 중인 신시내티도 일단 지구 우승은 몰라도 와일드카드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과연 두 선수가 모든 야구 팬들의 꿈꾸는 무대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미 양국의 한국인들을 설레게 할 대결을 펼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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