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비밀요원" 美공무원, 놀면서 10억원 '꿀꺽'

12년간 환경청장·동료직원에 거짓 행세

미국 환경청(EPA)에서 선임 정책고문으로 활동한 존 빌(63)은 지난 2000년부터 자주 자리를 비우면서 때론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청장 등 상관이 불러 이유를 물으면 "나는 중앙정보국(CIA)의 1급 기밀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 한마디로 활동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았다.

빌 고문은 자신의 업무에는 전혀 무관심한 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도 월급은 물론이고 보너스, 인센티브까지 받아챙겼다. 환경청이 지난 12년간 그에게 지급한 돈은 약 90만달러(약 1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거짓이 들통나면서 직장에서 쫓겨난 데 이어 재판에 넘겨져 철창신세를 질 위기에 놓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연방 정부기관이 무려 10년 이상 한 사람의 거짓에 속아 넘어간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소개한 뒤 이로 인해 환경청이 직원 부패와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를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환경청의 알리샤 존슨 대변인도 "한 개인이 미국 정부를 얼마든지 속이고 돈을 가로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빌 전 고문이 지난 2000년부터 자신에게 부여된 대기·방사능 관련 업무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최고 3년의 징역형과 함께 약 50만달러의 추징금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린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0년대말 환경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빌 전 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0년 '대기오염방지법' 재승인에 관여하는 등 한때는 능력 있는 직원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인 `클린액트 워치'의 프랭크 오도널 대표는 "항상 빌 고문에게는 미스터리한 기운이 감돌았다"면서 "그는 어떤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빌 전 고문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발각된 경위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조만간 열린 공판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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