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이철구(48)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안면 보호용 방충망 모자 4개와 양봉전문가가 착용하는 방충복, 스마트 응급키트를 구입했다.
이번 주말 경남 창녕에 있는 부친 산소 벌초를 앞두고 '말벌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벌초 도중 말벌에 쏘여 숨졌다는 사고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자 행여 가족들이 사고를 당할까 봐 불안한 마음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나온 벌 쏘임 사고를 보니 우리도 예외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각종 전문가 용품을 구입했다. 벌이나 뱀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방제복도 가족 수 만큼 준비했다. 만약 말발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음성으로 처치 방법을 알려주는 스마트 구급 가방까지 준비하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고 말했다.
벌초를 앞두고 양봉업자 등 벌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방충망 모자,방제복, 응급키트 등을 찾는 시민들이 늘면서 각 인터넷 쇼핑몰은 물량이 없어서 판매를 못 할 지경이다.
아예 벌초를 포기하고 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급증해 부산, 경남 최대 벌초대행업체인 A사는 올해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량 늘었다.
추석 전까지 이미 예약까지 들어차 일부 의뢰인들은 1기당 7만원하는 벌초 대행 금액에 웃돈을 더 주겠다고 예약을 문의하기도 한다.
A 업체 김모(52)대표는 "뉴스에 벌 쏘임 사고가 보도되면 문의나 예약이 급증한다. 올해는 벌초예약은 8월 말에 다 찼지만, 계속 예약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급히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해야 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경북 성주군에서 벌초를 하던 최모(74)씨가 벌에 쏘여 숨진 것을 비롯해
올 들어 벌초 벌 쏘임 사고로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벌초 시즌을 앞두고 '말벌 공포증'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면서 벌초 문화도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