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건의 '반전'…국정원의 물타기 탄로나나?

제보자 잠적해 공개수사 불가피 주장...알고보니 제보자 은밀히 관리하고 있는 듯

4일 국회에서 통과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적시돼 있는 범죄사실 가운데 상당량은 5월 12일 모임의 녹취록에 기초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임의 녹취록은 국정원의 조력자이자 통합진보당 당원인 이 모 씨에게서 비롯됐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이 씨로부터 시작됐고 국정원 수사의 상당부분도 이 씨의 진술에 의존해왔다.

내란음모 혐의 입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하혁명조직(RO)의 강령, 목표, 활동 등 핵심 범죄사실이 바로 이 씨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 씨를 빼고는 이 사건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이 사건을 지난 달 28일 공개수사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사정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사의 보안상의 문제가 대두됐다”며 “자칫 사건을 망칠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보안상의 문제에 대해 국민일보는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내부 조력자(이 씨)와도 1주일 이상 연락이 두절돼 당국이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여 공개수사로 불가피하게 전환했다’고 지난 달 3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평소 공안당국에서 연락을 취하면 이 씨와 3~4시간 안에 접선이 가능했는데, 현재(30일) 연락이 끊겨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이 오랜 기간 뒤를 밟아 온 통진당 내부 연락책이 갑자기 사라진 것 등도 사건 노출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른 사정도 있다고 하지만 이 사건 자체가 이 씨의 입에 의존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 씨의 잠적이 공개수사 전환의 결정적 계기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대선개입 의혹으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리자 국면전환을 위해 내란음모 사건을 기획적으로 터뜨렸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도구로 작용했다.

국정원의 치명적 말바꾸기...국정원 기획설 다시 도마위에

그러나 이 씨가 잠적했다는 당초의 설명과 달리 이 씨가 국정원의 관리하에 있는 정황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국정원의 기획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일 "제보자(이 씨)가 향후 재판 때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내용을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정원이 이 씨와 적어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거나 이 씨를 보호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씨 가 잠적해 어쩔 수 없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는 당초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특히 법리적으로도 국정원이 공개수사 전환 배경으로 이 씨의 잠적을 든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핵심 증인인 이 씨의 잠적은 공소유지에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변호인단으로 활동중인 하주희 변호사는 4일 “형사소송법을 보더라도 국정원이 확보한 많은 증거물이 법정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씨의 재판 출석은 꼭 필요하다”며 “만약 이 씨가 실제로 잠적했다면 국정원은 혐의 입증의 첫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적했다는 이 씨가 국정원의 관리 하에 있다는 정황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놔두고라도 국정원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결정적인 시기를 틈타 초대형 공안사건을 터뜨렸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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