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IT서비스업계 '빅3' 중 한곳인 LG CNS. 사명의 철자 'CNS (Co nsulting and Solutions)'에서 알 수 있듯 주력사업은 시스템을 상담하고, 해결하는 거다. 시스템통합(SI)·컨설팅·아웃소싱·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을 제공하는 IT서비스기업인 셈이다.
그런데 LG CNS는 서비스 사업만 하는 게 아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무인헬기'도 만든다. 지난해 9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40억원 규모의 '다목적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개발사업을 따냈다. 2014년까지 무인헬기 비행체와 지상통제시스템을 통합한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골자다. 무인헬기 산업 진출을 위해 올 4월엔 무인헬기 전문기업 원신스카이텍을 인수했다.
# IT서비스업계 또 다른 빅3인 SK C&C는 중고 자동차를 판매한다. 이 회사는 올 3월 자회사인 온라인 중고자동차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했다. SK C&C가 보유한 자본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온라인 중고차 매매 허브로 만든다는 전략에서다. SK C&C는 2017년까지 연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목표로 엔카네트워크의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변화는 필수요소다. 그렇다 하더라도 IT서비스기업의 변신은 남다르다. IT와 비非IT를 결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IT에서 벗어나 비IT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통IT 사업만으로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IT서비스기업이 DNA를 바꾸면서까지 변신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전통IT 벗어나 비IT와 결합
IT서비스기업이 변화의 길에 들어선 것은 경제민주화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빅3(삼성SDS·LG CNS·SK C&C)는 공공정보화 사업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공정보화시스템 구축 사업 가운데 빅3가 수주한 사업 비중은 전체의 73%(2011년 기준)에 달했다. 올해 시행된 각종 규제의 영향도 크다.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 전략'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SW 분야의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대기업 SI 계열사의 공공정보화 사업을 제한했다.
여기에 '일감몰아주기' 비판이 일었다. IT서비스기업은 대부분 소속 그룹 계열사로부터 사업을 수주받는다. IT서비스기업의 SI 내부 거래비율은 평균 64%다. 이런저런 규제로 IT서비스기업은 공공시장 참여 제한을 받았고, 학수고대하던 해외시장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기업은 공공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활용한다"며 "공공사업은 수익보다는 사업 역량을 쌓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IT 산업 진출은 IT서비스기업에게 돌파구다. 태양광이나 전기차 사업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진출하는가 하면 건설과 IT를 접목한 디지털 스페이스 사업·중고차 매매업·전기설비와 원전 개발 등에 나섰다.
삼성SDS는 IT와 비IT를 융합한 물류사업(SCL)·스마트 컨버전스·디지털 복합공간·스마트 인프라 엔지니어링를 추진한다. 특히 4자물류를 통한 종합 물류 IT서비스로 거듭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4자물류는 배송·보관·유통·가공 등 두가지 이상 물류 기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3자물류에 IT솔루션과 컨설팅을 추구한 물류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만큼 물류는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라고 말했다.
LG CNS는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경북 문경 발전소 등 국내 30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면서다. 이를 기반으로 2010년에는 스리랑카 태양광 발전소도 구축했다. 전기차와 무인헬기 사업도 비IT 영역인 동시에 LG CNS의 성장 동력이다.
SK C&C는 지난해 인수한 중고차 매매 업체 엔카네트워크를 활용한 B2B2C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B2B2C는 기업 간 거래 B2B와 기업과 고객의 거래 B2C를 결합한 전자상거래다. 이를 통해 온라인 자동차 매매를 활성화하고 해외 온라인 중고차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중견 IT서비스기업도 비IT 산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포스코ICT는 원전계측제어 정비기업인 포뉴턱를 통해 원전사업에 뛰어들었고, 한화 S&C는 에너지 경영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그룹 계열 유통서비스 기업인 미러스와 합병해 동양네트웍스로 새출발했다. 헬스케어를 비롯 에너지·라이프·미디어 분야에서 성과를 낼 계획이다.
올 1월 고순동 삼성SDS 대표는 올해 경영방침을 '창의와 혁신을 통한 지속성장'으로 선정했다. 전통IT를 넘어 '월드 프리미엄 ICT 서비스 프로바디어'로 성장하는 게 핵심가치다. 김대훈 LG CNS 대표는 올초 일찌감치 3대 과제를 내놨다. '해외사업·성장사업·솔루션 확보'다. 융합형 IT서비스로 차별화된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철길 SK C&C 대표는 "2015년에는 IT서비스기업이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의 기업으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SK C&C&의 슬로건은 '국내를 넘어, IT서비스를 넘어(Beyond Dome stic, Beyond IT Service)'다.
IT서비스기업의 변신은 경제민주화와 각종 규제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시너지 효과'에 있다. 중고 자동차·무선헬기·태양광 등 신사업이 IT와 무관해 보이지만 전략을 찬찬히 살펴보면 과거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미 개발한 IT시스템을 신사업에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IT시스템과 비IT 산업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해외시장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며 "시장의 눈은 해외시장 진출에 앞서 공공정보화 참여 제한으로 하락한 실적을 신사업으로 만회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비IT사업이 IT서비스기업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어서다. SK C&C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2분기 총 매출액은 1조5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8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17억원 늘었다. 수익이 증가한 데에는 중고차 매매 사업의 기여가 컸다.
올 8월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 엔카의 자동차 진단ㆍ보증 시스템으로 중고차 온라인 쇼핑몰이 활성화됐고, 중고차 매매단지가 늘어나면서 매매업자와 소비자의 정보비대칭이 해소돼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카네트워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10%에 불과했지만 성장 동력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진단이다.
SK C&C 관계자는 "진단·노하우 시스템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과 동남아 온라인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현지 시장 환경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IT 산업이 IT서비스기업의 성장 동력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산업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IT서비스 기업에 2013년은 변화의 원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