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여론재판'을 하고 있으며 "수사권을 빙자해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공동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무법인 다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수사행태를 "공정한 재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반민주적인 수사"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재판은 커녕 수사초기 단계에서부터 가장 유력한 증거라는 녹취록이 단지 '혐의를 포착했다'는 이유로 언론에 중계방송되면서 그동안 쌓아온 사법민주화를 일거에 무너뜨렸다고 한탄했다.
특히 공개된 녹취록의 신빙성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했다.
영장에 기재된 발언과 요약본, 그리고 실제 5월 12일 통합진보당원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발언들을 비교해보면 서로 들어맞지 않는 등 녹취록의 발언들이 심하게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녹취록에는 분임토의 속에서 여러 의견에 대한 반론들이 오가고 웃음소리까지 들리는가 하면 이석기 의원의 몇몇 발언만 봐도 내란을 일으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합법감청' 주장에도 의문부호를 달았다.
법원이 3년간 감청을 하도록 영장을 내줬다는 사실을 믿을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행위가 심각한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유효기간이 2달인 감청영장을 연장할때에는 보다 구체적인 혐의가 특정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만약 내부제보자의 녹음에 의해 작성된 녹취록이라면 국정원이 사람을 도구로 감청을 한 것이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감청했다고 보여지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국정원이 'RO'라는 명칭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이 마치 반국가단체를 실제로 결성했다는 선입견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이름이 'RO'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사법절차에서 이름을 알 수 없을때는 성명불상자, 성명불상단체라고 해야 하는데 굳이 'RO'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RO'란 단체를 국정원이 만들어내고 단지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RO조직원'이라고 밀어붙여 '일망타진'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