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의 실질적인 초점은 '전월세 부담의 직접적인 해소'보다는 '주택 매매활성화'에 맞춰져 있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려 전셋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책방향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활성화 위주인) 이번 대책을 접하며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 과연 전월세 대책일까'라는 의문이었다"며 "주택거래 또한 소형아파트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물론 임대주택공급 확대,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 일부 대책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핵심내용은 거래활성화를 통한 전세수요의 분산이다. 첫번째 카드는 취득세 영구인하다. 현재 취득세율은 9억원 이하 1주택자가 2%, 9억원 초과 다주택자가 4%로 책정돼 있다.
8ㆍ28 대책에서 취득세 영구인하보다도 주목받는 건 모기지 제도다. 새롭게 선보일 '공유형 모기지'는 집값 등락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정부가 함께하는 제도다. 먼저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연 1.5%의 초저금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신 거주를 마치고 집을 팔 경우 차익 일부는 국민주택기금이 가져간다. '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수익이 나든 손해가 나든 국민주택기금이 함께 책임을 진다. 대신 손익공유형은 집값의 40%까지만 융통이 가능하다.
현재 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대책 발표 이후 국토교통부에 새 모기지 제도에 대한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공유형 모기지 대책 발표 후 직원 한명 당 하루 150통 이상의 문의전화를 받았다"며 "정상적인 업무가 힘들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올해는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30 00가구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쏟아지는 관심을 충족시키기 힘들뿐더러 전체 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거래활성화 방안 때문에 관심순위에서 밀리긴 했지만 이번 대책 중 임대주택 활성화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임대주택의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기존주택 매입ㆍ전세 임대 2만3000가구(수도권 1만3000가구 포함)를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주택 매입ㆍ전세 임대'란 LH공사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시세보다 30〜40% 싸게 저소득층에 임대하는 제도다.
◈전월세보다는 거래활성화 위주
월세 세입자의 소득공제를 늘린 것도 이번 대책의 중요 내용 중 하나다. 현재 월세 세입자의 소득공제 한도는 연 300만원까지다. 이것이 앞으로 연 500만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소득공제율은 기존 50%에서 60%까지 확대된다. 물론 월세 소득공제 수혜대상자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세입자에 한정된다.
8ㆍ28 대책은 주택의 매매분야와 임대분야를 두루 어루만졌다. 한편에선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KTB투자증권은 8ㆍ28부동산대책 발표 후 내놓은 분석보고서에서 "8ㆍ28대책은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정책과 달리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지원 등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고 민간 임대사업에 대한 혜택도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번 대책에서 선보인 공유형 모기지는 나름 획기적인 제도로 보인다"며 "향후 모기지 수혜대상이 늘어난다면 시장의 좋은 반응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향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대책 발표 후 경실련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8ㆍ28 전월세대책의 핵심은 매매유도를 통한 부동산거품 유지"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측은 "대출을 통한 매매유도는 신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가계부채를 확대시켜 국가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회의론도 만만치 않아
취득세 영구인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도 거세다. 취득세는 시ㆍ도 세수의 40%를 담당하는 대표 지방세다. 취득세를 인하하면 지자체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8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자체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했어야 한다"며 "지방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후 다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