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서 '뫼비우스' 삭제본 상영…"창작자 의지"

10월3~12일까지 70개국 301편 상영…"부산영화제 정체성 담은 독특한 프로그램 마련"

3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용관(가운데) 집행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진 기자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부산 남포동,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에서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3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영화제 알리기에 나섰다.
 
이날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부산영화제가 18회째를 맞으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영화제의 정체성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영화진흥위원회가 이전해 올 터에 가건물을 세워 영화의전당과 함께 관객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등 관객에게 열린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70개국에서 초청된 301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이 가운데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95편(장편 69편, 단편 26편)에 달한다.

개막작은 부탄의 고승이기도 한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바라: 축복'이며 폐막작은 한국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으로 결정됐다.

개막작의 노르부 감독은 동굴수행에 들어감에 따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9, 10월은 영화제 전쟁터라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영화제가 몰려 열리는데, 부산영화제가 쟁쟁한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대거 초청하는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편 극영화를 기준으로 한두 편을 만든 신인감독의 작품은 90여 편(월드프리미어 57편)에 달한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 70여 편을 상영하는 회고전도 열리는데, 세계적인 학자들과 영화제를 찾은 감독들이 임 감독의 영화를 주제로 한 강연도 연다.
 
이스라엘 출신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작품을 비롯한 3편의 영화는 원테이크로 촬영된 독특한 영화로 꼽히며, 좀비 영화도 3편이 상영된다. 지난 겨울 세상을 떠난 박철수 감독을 추모하고자 그의 작품 5편도 상영된다.
 
특히 중앙아시아 특별전은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던 작품들을 상영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1년 동안 중앙아시아 특별전에 초청된 작품의 상영 허가를 받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는데, 해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름의 감독이 많을 것"이라며 "올해 초청된 한국 영화들에서는 '독립영화의 약진' '장르영화의 진화' '유망한 여성감독의 등장'이라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도 초청됐는데 뫼비우스의 경우 심의에 통과된 편집본이 상영될 예정이다.

남동철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메이저 국제 영화제에서 설국열차가 상영되는 것은 부산영화제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미 지역에서는 설국열차의 새로운 편집본이 상영될 예정인데 그 지역 관객들이 부산을 찾으면 감독판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설국열차의 상영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뫼비우스의 경우 창작자인 김기덕 감독님이 베니스에서 상영되는 버전을 공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시는데, 앞으로 열리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국내 상영 편집본을 내놓겠다는 것이 감독님의 의지"라며 "감독님께 다시 이야기를 해보겠지만 창작자의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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