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를 예로 들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다며,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피력했다. 앞서 지난 달 19일 중국의 창완취안 국방부장도 워싱턴에서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회담하면서 미국에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었다.
실제로 남북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절차를 위한 실무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오는 25일에는 3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 위해 남측 인력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방문하는 등 시설점검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적대적 발언을 줄이고 경제 개방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등 대화 국면 조성에도 열심이다.
새터민이자 통일교육원 원장 출신인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남북 접촉이 잦아지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 시기도 앞당겨 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6자회담은 멀었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6자회담의 재개 조건이라는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수의 당국자는 최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긍정적 신호들도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미국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빙교수가 김정은 정권이 진지하게 핵포기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자는 의견은 손에 꼽히는 주장(외교부 관계자)"이라는 평가다.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대표의 방북의 경우도 중국 매체들이 일정이 모두 끝난 다음에야 이를 보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한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한미 요구 수준에 맞는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방북에 앞서서도 기대가 높지 않았고 실제로도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이 북한의 초청 취소로 무산되면서,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간접적 방식의 북미 대화도 불가능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한미에게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내자고 종용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이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박근혜 정부 역시 그런 부분에서 지난 20년 북핵 정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중국이 한미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사히 치러지는 등 남북 관계가 상당 부분 복원된다 하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북핵 협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은 서로가 신뢰를 쌓는 데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직접적 조건은 아니"라며 "현재로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특히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