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피해보전직불금 수천억 10년동안 한푼도 지급안돼

직불금 지급 기준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 없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들의 피해를 보전해주는 피해보전직불금 수천억원이 10년동안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칠레 FTA 체결을 계기로 지난 2004년 도입된 피해보전직불금 제도.

농산물 가격이 목표가격 아래로 떨어질 때 그 일부를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지만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민주당 심재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책정된 피해보전직불금이 2847억 9500만원이 단 한 차례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4년 139억여원을 시작으로 한미 FTA 체결 직후인 지난 2008년에는 무려 1천억원의 피해보전직불금 예산이 책정됐지만 단 한 푼도 쓰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직불금이 발동되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직불금이 지급되려면 그해 우리나라에 총 수입된 양이 최근 평균적으로 수입된 양보다 많아야 하고, FTA가 체결된 국가에서 수입한 물량이 최근 평균 수입량보다 많아야 하며, 가격이 지난 3년간 평균 가격보다 90% 미만으로 떨어져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직불금이 지급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품목의 가격이 요건에 맞게 어느 정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그동안 요건에 맞게 떨어진 품목이 없었다"며 "FTA로 인한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지급이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비비 성격으로 편성된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없어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다시 국고로 환수돼 FTA 이행지원기금으로 들어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통상부의 FTA 협상 기능과 기획재정부의 FTA 국내대책본부가 이관돼 FTA 협상과 대책을 총괄하게 된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FTA 상대국가로부터 해당 상품이 들어와 국내 가격을 크게 움직여야 하는데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며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동 조건 너무 까다로워 지급 거의 불가능">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민간농정연구소 GS & J 인스티튜트 이정환 원장은 "발동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이라며 "물가가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격이 하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라며 "더구나 수입에 의해 그렇게 가격이 하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EU 등에서도 우리 나라처럼 가격하락 대응 직불제를 시행하지만 기준연도의 가격을 기준으호 하지 우리처럼 기준연도 가격의 85나 90%로 책정하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대종 정책위원장도 "피해보전 직불금을 지급하려면 현실성 있게 실제 농가에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가격기준을 80에서 90%로 상향조정하고 나서야 올해 처음으로 한미 FTA로 인한 한우 업계에 대한 피해를 인정했지만 이마저도 한우 한 마리당 만 3천원 지원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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