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파문'에도 더 타오른 촛불

거센 비에도 2만 명 모여 "이석기 건과 국정원 잘못은 별개"

'RO 녹취록' 사태에도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촛불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31일 오후 7시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10차 범국민 촛불대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경찰 추산 4천 명)의 시민이 밝힌 촛불로 가득찼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내란음모사건은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사건은 이와 별개로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공안사건은 분단 60년 동안 내내 있었다, 그렇다고 국정원 개혁을 멈춰야겠느냐"며 "국정원이 정말로 바로서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과거의 잘못을 국민 앞에 인정하고 국정원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온 김미영(51·여) 씨는 "국정원이 대선을 조작하려고 한 건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통합진보당이 뭘 어떻게 했든 간에 별개의 것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김정기(52) 씨도 "이석기 건은 이석기 건이고 국정원이 잘못한건 한 거고 , 그건 짚고 넘어가야 된다"며 "이석기 건이 9월 추석을 앞두고 벌어졌는데 사람들이 고향에 가서 추석 내내 이 얘기를 할 것 아니냐, 교묘한 술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통합진보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은호 씨는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사건으로 많은 시민이 진정성을 의심한다"며 "통합진보당은 무조건 다 음모라고 하지 말고 책임 있는 공당답게 만일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은 이석기 녹취록 사태가 터졌다고 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의 화력이 약해지지는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직장인 성모(30) 씨는 "왜 하필 이때 터뜨렸을까 의심이 된다"면서도 "시민들도 바보가 아닌데, 그걸로 촛불을 끄려고 하면 맞불을 더 세게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오후 7시부터 30분가량 세차게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굵은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한편 서울역 광장 맞은편 게이트웨이타워 빌딩 앞에선 경찰 추산 2천 명의 경우회 회원들이 모여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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