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딸의 장애로 고민하던 A씨는 지인의 소개로 김모(45,여)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A씨에게 "나는 팔선녀 중 한 분의 선녀가 내린 사람으로, 내가 기도를 해 주면 딸의 병이 나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실제로 김씨의 기도로 딸의 병이 호전됐다고 믿게 된 A씨는 점점 김씨에게 빠져들었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해야만 딸의 병이 낫는다는 김씨의 말에 따라 2007년 8월 이혼한 뒤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다. 김씨는 자신이 모시는 선녀가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며 A씨로부터 수시로 명품 등을 받아내기도 했다.
A씨는 생활비와 기도비를 내야 한다는 김씨의 말에 따라 김씨가 소개해 준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거나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며 성매매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매매로 번 돈을 쓸때는 꼭 김씨의 허락을 받았다.
김씨 등은 할당액을 채우지 못하면 담배불로 A씨의 몸을 지지거나 심하게 때리는 등 가학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A씨에게 개똥을 먹이려 하거나 추운 겨울날 옷을 벗긴 뒤 운동장을 뛰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취급을 받으면서도 A씨는 김씨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했다. 김씨를 '선생님', 김씨와 함께 A씨에게 가학행위를 한 문씨(28)를 '문도령님'으로 불렀다.
A씨는 2년제 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미술교사로 일한 경험도 있었지만 김씨를 만난 뒤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심하게 폭행당한 A씨를 본 다른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신고하면 나는 죽는다"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였다.
1심 재판부는 위와 같은 혐의를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12년, 문씨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형을 대폭 감형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주현 부장판사)는 상습상해,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에 추징금 900여만원을, 문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는 A씨의 진술이 유일하고 그 신빙성도 의심된다"며, 특정인의 진술보다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 한해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A씨가 김씨의 '신기'를 온전히 믿고 돈을 주었을지 의문이고, 통장에서 돈이 인출된 기록은 있지만 그 돈이 모두 김씨에게 전달됐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구체적인 피해 일시나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고 김씨와 폭행 등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한 점 등을 미뤄볼 때 김씨가 공갈·성매매 강요 등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