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과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관련 증거자료를 돌려받지 못한 '잃어버린 5일' 때문에 해야할 수사를 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 "김 전 청장, 직접 전화걸어 압수수색 영장 신청하지 말라 '압박'"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권 과장은 "김 전 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주거지 및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 전 청장이 "내사 사건인데다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으니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김 전 청장의 전화를 받은 날)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역시 김 전 청장으로부터 당일 오전과 오후 한번씩 두 번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당시 서장님이 '오전에 김 전 청장을 설득하자 '수사 방침대로 하라'고 했는데,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을 때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설득이 안되고 막 화를 내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수사팀이 당시 영장을 신청하려 서울중앙지검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시 방식이 일상적인 것이냐는 질문에 권 과장은 "2005년 경찰에 입문해 7년동안 수사과장으로 일하는 동안 지방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이나 수사상황과 관련해 지시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측의 반대신문에서 권 과장은 김 전 청장이 "어제도 밤새느라 고생많았다. 역시 사법고시 출신이라 똑똑하다"며 칭찬을 하기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 서울경찰청, "국정원 여직원이 지정하는 범위 따라 증거 분석하려 해"
권 과장은 수사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분석팀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 김씨가 지정하는 파일만 분석하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 과장은 "수사기관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문제인데 '이건 보세요, 이건 보지 마세요'란 김씨의 지시에 따라 수사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서울경찰청 관계자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서울경찰청 증거분석 과정에 참가하기 위해 간 수서서 직원들은 실제 분석현장에는 참여할수도 없었고 단지 김씨와의 연락책으로만 활용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중요한 증거가 발견될 때마다 긴밀하게 수사팀과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도 증거분석팀으로부터 제대로 된 증거를 제때 전달받지도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권 과장은 "증거분석팀에서 복구한 여직원 김씨가 사용한 아이디와 닉네임 등이 적혀있는 텍스트 파일을 14일 저녁에만 수사팀에 전달해줬어도 서버 압수수색 등을 통해 많은 증거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며 "'잃어버린 5일'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또 수서서가 분석을 요청한 증거 자료를 보내지 않아 서울경찰청 김모 계장에게 전화해 강력하게 증거 반환을 요구하니 "증거물을 수서서에 반환하면 증거분석 내용이 유출돼 국가안보에 위해가 초래되고 사회혼란이 일어난다"는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 권 과장,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특정 전자정보만 제출하겠다 한 적 없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하면서 분석범위를 '지난해 10월 이후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비방글'로 제한해 분석범위를 제한했다고 주장해왔다.
권 과장은 이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노트북에 저장된 특정 전자정보만 제출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증거자료로 제시된 임의제출 확인서에는 김씨가 쓴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비방글'이란 문구가 적혀있다. 사생활 등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범위에 따라 수사했다는 것이 김 전 청장의 주장이다.
권 과장은 "김씨는 임의제출 현장에서부터 어떤 특정 정보만 제출하겠다 한 적 없다"고 말했다.
◈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서울경찰청이 나를 죽이려는구나" 한탄
김 전 청장이 이광석 수서서장에게 전화해 자신을 믿고 증거분석 결과를 축소해 발표하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권 과장은 "수서서 청문감사관을 통해 서장이 직접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광석 서장이 15일 김 전 청장에게 전화를 받았고, 김 전 청장이 "아무것도 안 나왔다. 그냥 발표해라.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9일 아이디와 닉네임을 받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선거관련 댓글과 찬반 표시 흔적이 나오자 이광석 서장이 "서울청이 나를 죽이려는구나"라고 말했다고 권 과장은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