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혁명조직(RO) 회원 1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임에서 이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녹취록을 보면 우리가 평소에 쓰는 용어가 아닌 낯설고 생경한 언어들이 다수 등장한데다, 중간 중간 끊어진 대목들이 있어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찬찬히 뜯어보면 맥락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가 있다.
이날 이들이 논의한 골자는 한마디로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벌이는 경우 남한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는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석기 의원의 모두 발언에 함축돼 있다.
그는 “미 제국주의 군사적 방향과 군사 체계를 끝장내겠다는 조선 민족의 입장에서 남녘의 역량을 책임지는 사람답게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이 정세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어 그는 “전쟁이 구체화되고 살인과 살의와 모략과 민족적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침략의 마수와 침략의 노골적인 생각이 적나라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 이를 외면한다면 “과연 평화라는 게 존재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여기서 ‘이 정세’와 ‘적나라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이 모임이 열린 시점인 5월, 북한의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한반도 전쟁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가정한 채 이 날 모임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이 의원이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전쟁을 준비하자”고 선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그의 강연 마지막 대목에서도 분명하게 읽힌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사상적 무장’과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라고 단속한 뒤 강연 말미에서 “우리가 예상치 않던 북에 대한 도발이 분명하다면 우리의 힘과 의지를 단단히 준비해서 그러면 적의 도발을 선두에 서서 승리의 국면을 만들어 가면서 이에 대한 준비하는 것이 훨씬 지혜롭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석기 의원의 강연이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했다면 강연 이후 이어진 권역별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논의된다.
때로는 “국지전에 대비해 집결지와 이동루트가 필요하다”, “중요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 반드시 포섭해야한다”는 등의 현실 가능한 실행계획이 논의된다.
그러나 “항일시기에도 그런 것처럼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총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80만원 짜리 장난감총에 가스쇼바를 개조하면 총으로 쓸 수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발상도 나온다.
“각자 건강문제 체력문제 등도 세심히 준비해야한다”는 등의 발언에서는 비장감도 배어있어 보인다.
충격적이고 황당하지만 어처구니없고 유치하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어록들이다.
어찌됐던 이들이 미국과 북한의 전쟁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북한을 도와 남한에서 무장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은 북한과 정전체제를 유지중인 우리로서는 엄연한 이적행위이자 반역행위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