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이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 의원 등은 "국정원의 '허위 날조'이며 촛불을 꺼뜨리려는 공안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혐의가 입증된다면 그 파장이 엄청날 걸로 예상됩니다.
한편에는 '불법 대선 개입으로 개혁의 대상으로 추락한 국정원이 왜 하필 지금 이 문제를 터뜨렸나?'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정원과 통진당은 물론 사법 당국과 정치권 등은 일체의 추론이나 예단을 자제하고 명확한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 의혹을 규명하는 데 주력해야겠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습니다.>
▶ 검찰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 이석기 의원 등 통진당 간부들이 "무기를 확보하고, 전쟁을 준비하자"고 발언한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 시리아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다시 무산돼 공습이 다음 주로 연기될 전망입니다.
▶ 부산 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인 옛 하야리아 미군기지 주변 지역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검출됐습니다.
▶ 언덕길을 오르던 마을버스가 시동이 꺼져 뒤로 밀리면서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 오늘부터 당분간 선선한 초가을 날씨를 보이겠고, 남부 지방에는 오전까지 강한 비가 내리겠습니다.
<검찰, 이석기 사전구속영장 청구>
이 의원 구속 여부는 국회 체포동의 절차 등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윤철원 기잡니다.
= 수원지검은 오늘 새벽 1시쯤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국정원이 어젯밤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3시간도 안 돼 검찰이 발 빠르게 영장 청구에 나선 겁니다.
현역 의원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인 형법상 내란음모는 물론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 등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 28일 신병을 확보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국정원은 2010년부터 법원으로부터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이 의원 등이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조직원들과 북한의 혁명가요를 합창한 증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 구속영장 발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역 국회의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체포동의요구서를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안에 표결을 거쳐 가결될 경우에만 영장실질심사가 가능합니다.
내일 임시국회가 끝나면 정기국회는 다음 달 2일부터 열립니다.
따라서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국회 체포동의안은 빨라도 다음 달 초에나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록 공개됐지만, 내란음모 입증은…>
그러나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유죄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전망입니다.
권민철 기잡니다.
=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발언록은 올해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모임을 녹음한 파일을 푼 것입니다.
당시 모임은 이석기 의원의 강연과 질의ㆍ응답, 130여 명 참석자 간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석기 의원의 언급입니다.
그는 '투쟁'이나 '혁명' 등 과격한 언어와 단호한 어조로 시종일관 참석자들의 정신무장을 독려합니다.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지만, "정치ㆍ군사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거나 "군사적 체계를 잘 갖추라."는 지시도 합니다.
북한 핵 개발을 언급하며 북한을 치켜세우고 때로는 남한을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총기를 준비하라."거나 "주요시설을 타격하라."는 등 그동안 알려진 문제의 발언은 이 의원이 아닌 참석자들 간 대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만으로 내란음모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입니다.
형법상 내란죄는 목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목적범'인데 이들의 발언으로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을 소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실행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할 조직과 능력, 그리고 북한과 연계성도 입증해야 합니다.
이렇게 혐의 입증이 '산 넘어 산'이라 국정원이 공소에 이어 재판까지 애초의 혐의를 계속 적용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유엔, 시리아 군사행동 결의안 채택 또 무산>
▶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군사행동 결의안이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시리아 공습은 다음 주 초로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기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이 오늘 새벽 다시 모여 시리아 공습결의안을 논의했지만, 또다시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오늘 비공개회의는 군사행동 결의안에 강력 반대해 온 러시아 요청으로 이뤄줘 주목됐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영국 등 서방의 시리아 공습은 결국 강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점은 다음 주 초로 다소 미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유엔 화학무기 조사단은 시리아 현지에서 사흘째 조사를 계속했습니다.
조사단은 현지 시각으로 내일 시리아를 떠나 철수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청한 뒤 미국과 영국은 일단 한발씩 물러섰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고 캐머런 영국 총리는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는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욕 등 국제 증시는 시리아 공습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지자 소폭 상승했습니다.
시리아에선 8,000명으로 구성된 결사항전대가 꾸려졌고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서방 공습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산 시민공원 주변 지하수에서 발암물질 검출>
김준옥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 환경부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부산 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인 하야리아 미군기지 주변 지역 환경기조초사를 벌였습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 실시된 2차 지하수 오염 조사에서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검출됐습니다.
페놀은 10개 관측정 가운데 4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최고 농도는 0.021로, 생활용수 기준을 4배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기지 내부에서 오염된 페놀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우천환경연구소 김철 소장입니다.
"지하수에서 페놀이 검출됐다는 것 자체가 오염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정화 조치가 필요하다."
토양 오염 조사에서는 동평로와 범양로로 연결되는 지역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TPH 즉,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 시민단체가 어제 법원에 '공원 조성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입니다.
"허남식 시장 임기 내 성과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시민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는 부산시 행정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발암물질 은폐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주변 지역 페놀 오염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부산 시민공원 조성 공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시동 꺼진 마을버스, 빌라 들이받아 22명 중경상>
▶ 어제 오후 6시 40분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언덕길을 오르던 마을버스가 갑자기 시동이 꺼져 뒤로 내려가면서 건물 외벽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58살 김 모 씨 등 승객 3명이 중상을 입고 19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버스 운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유명환 전 장관 자녀 특채 파동 외교부, 무늬만 개방직>
▶ 외교부가 유명환 전 장관 자녀 특채 파문으로 "공정 외교부를 실현하겠다."며 '외부 인사 수혈'을 제도화했지만, '무늬만' 개방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지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국회가 어제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가 개방직으로 지정해 운영 중인 25개 자리 가운데 실제 민간인이 채용된 경우는 지난 5년간 단 두 개에 불과합니다.
명목상이나마 개방직으로 지정된 고위공무원 자리도 김성환 전 장관이 2010년 유명환 전 장관 자녀 특채 파문 이후 쇄신안에서 약속했던 것과는 내용이 다릅니다.
당시 외교부는 쇄신안의 일환으로 "폐쇄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겠다."며 "고위공무원단의 개방직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성환 전 장관이 개방을 언급한 자리는 기획조정실장, 정책기획국장, 문화외교국장이었는데 특히, 기조실장은 외교부의 인사와 예산, 조직 운영 등 안살림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교부의 핵심 부서를 개방하겠다는 김 전 장관 발언은 외교부의 쇄신 의지를 과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실제 개방직 지정 단계에서는 이들 자리 중 오직 정책기획국장만 개방직으로 확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적어도 개방직 임용 절차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채용 풀의 한계 등 현실적 어려움이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구태 관행에서 벗어나 새 지평을 열어 갈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해 내부 견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게 개방직 제도 취지였지만, 외교부에서는 명목상 간판에 불과했습니다.
<신문으로 보는 세상, '아침 신문 읽기' 이희진 기잡니다.>
▶ 오늘 아침 신문도 1면 톱이 온통 이석긴데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세계일보가 단연 돋보이는군요.
= 그렇습니다. 이른바 '내란음모'가 논의 또는 모의 됐다는 모임의 녹취록을 입수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과 조선, 세계는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ㆍ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강연 발언을 1면 톱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어제까지는 대부분 보도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이랬다더라.' 식이었고, 통진당 측은 "완전한 날조"라고 맞섰죠
그런데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가 확인되면서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물론 공개된 녹취록이 100% 사실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겠죠.
▶ 어쨌든 공개된 녹취록 내용만 보면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 녹취록은 이석기 의원의 주제발표 성격 강연과 이후 참석자들의 토론으로 이뤄졌는데 말씀하신 대로 충격적입니다.
(이석기 의원 강연 내용은 앞서 권민철 기자가 전해드렸고요) 특히, 참석자들의 토론 내용은 황당한 느낌마저 들 정돕니다.
"장난감 총은 개조가 가능하다.", "인터넷에는 중학생도 인명 살상용 폭탄을 만들 정도로 무기를 만드는 것들이 많이 나와 있다.", "총은 부산에 가면 있다.", "남에서 전시 상황이 벌어지면 목숨을 걸고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행하는 국정원 직원을 죽이고 자기도 최후를 맞겠다'고 하더라" 등등입니다.
한국일보가 녹취록과 관련해 잘 지적을 한 것 같은데요, "내란음모 혐의는 최근의 판례가 없어서 이 녹취록만으로 혐의 입증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발언 내용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고 했습니다.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이라는 얘긴가요?
▶ 한겨레 1면 톱도 독특하네요.
= <"이석기, 총기ㆍ시설 타격 발언 안 했다">입니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한겨레 1면 보도는 사실입니다.
총기ㆍ시설 타격 발언은 이석기 의원이 아니라 토론에 참여한 다른 참석자들이 한 발언입니다.
어제 보도 중에 "국정원이 조직원에 총기 준비를 지시하는 이석기 의원 녹취록을 확보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는데,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오보인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ㆍ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한 이석기 의원이 억울해할 이유는 없을 거 같습니다.
▶ 다른 소식 하나 볼까요? '지갑이 비면 지적능력도 떨어진다'는 기사가 있네요.
= 중앙일보 10면에 실린 소식인데요, 미국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의 공동 연구 결과랍니다.
인도 사탕수수 농부 460여 명을 대상으로 수확 전후 4개월 차를 두고 IQ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수확 직후 주머니가 넉넉했을 때 IQ가 다른 때보다 무려 9에서 10포인트가 높게 나왔습니다.
'가난이 사람의 지적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건데 다소 황당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당장 눈앞의 먹고살 일을 걱정하느라 다른 문제는 올바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국가가 빈곤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