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에 이어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23)까지 내셔널리그(NL) 올해의 신인 수상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해 다저스는 류현진과 푸이그 등 투타에 걸쳐 걸출한 루키가 나오면서 지난 1995년 노모 히데오 이후 18년 만의 신인왕 기대에 부풀었다. 류현진은 올해 신인 중 다승 1위를 질주하고 있고, 푸이그는 여러 차례 극적인 승부에 중심에 서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류현진은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 등 강력한 투수 경쟁자들과 힘겨운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12승5패, 평균자책점(ERA) 3.08로 신인 최다승이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ERA 3위(2.30)의 페르난데스(10승5패)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모양새다.
여기에 류현진은 한국 무대 7년을 뛴 '중고 신인'이라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지난해 16승9패 ERA 3.90의 빼어난 성적에도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을 놓친 것은 순수한 신인이 아닌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페르난데스는 마이너리그를 거쳤고, 올해 NL 최약체 마이애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6월 이후 8승2패 ERA 1.53의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일한 대항마 푸이그까지 구설수
이런 가운데 페르난데스의 유일한 대항마는 푸이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였다. 최근 미국 유력지 USA 투데이가 실시한 신인왕 모의 투표에서 푸이그는 34점으로 페르난데스(44점)에 이어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밀러가 3위(6점), 류현진이 4위(5점)에 그쳤다.
하지만 한창 추격에 나서야 할 푸이그마저도 악재가 생겼다. 불성실한 플레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인 평가에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메이저리그 정서 상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푸이그는 29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5회 수비 때 조기 교체됐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그저 이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했지만 현지에서는 질책성 교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회 성의없는 주루 플레이와 4회 수비 후 글러브째 공을 관중석에 던지는 등 신인답지 않은 행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푸이그는 그동안 빼어난 성적과 스타성 때문에 돌출 행동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올해 데뷔 후 5경기 4홈런 10타점을 올리며 혜성처럼 나타난 푸이그는 타율 3할4푼6리 13홈런 30타점을 올리며 팀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신시내티전 끝내기 홈런과 15일 뉴욕 메츠전 연장 끝내기 득점 등 극적인 승부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와 주루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무리한 플레이와 경기 외적인 돌출 행동도 적잖았다. 마이너리그 시절 보험 없이 과속, 난폭 운전으로 체포된 경력이 있는 푸이그는 최근 마이애미 원정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셔 구설수에 올랐다. 21일 경기에는 지각을 해 벌금을 냈다. 다행히 당일 대수비로 나와 결승 홈런을 때려내 용서받는 듯했지만 끝내 매팅리 감독의 길들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푸이그는 후반기 점점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주포 맷 켐프까지 복귀를 앞두고 있어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페르난데스와 경쟁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풍성한 루키들이 배출된 것으로 평가받는 올해 NL 신인왕 레이스. 과연 류현진과 푸이그의 다저스가 18년 만의 신인왕 배출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