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9일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가 현재 개방직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25개 자리 가운데 실제 민간인이 채용된 경우는 지난 5년 간 단 두 개 자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자리는 대부분 외교부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타부처 공무원이 채용된 경우도 더러 있지만 감사관처럼 특채 파동 이전부터 관행처럼 감사원 출신 공무원이 직을 맡는 케이스이거나 기획재정부 등 '힘이 센' 부처 출신이 맡은 사례가 전부다.
이렇게 명목상이나마 개방직으로 지정된 고위 공무원 자리도, 김성환 전 장관이 2010년 특채 파동 이후 쇄신안에서 약속했던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 당시 외교부는 기획조정실장 등 외교부 내 핵심 요직을 개방하겠다고 공언했었는데, 결국 외부에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이 당시 주목받았던 것은, 기조실장이 외교부의 인사와 예산, 조직운영 등 안살림을 담당하는 핵심 부처이기 때문이다. 이를 외부에 맡긴다고 밝힘으로써, 당시 조직 쇄신에 대한 외교부의 의지가 높이 평가됐었다. 그리고 외교부는 실제로 특채파동으로 공석이 된 기조실장 자리에 행정안전부 출신 전충렬 당시 울산시 행정부시장을 채용하고 인사 시스템을 개편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실제 개방직 지정 단계에서는, 기존에 추진을 약속을 했던 3개 자리 중 오직 정책기획국장만 개방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기조실장은 곧바로 외교부 인사로 대체됐고, 현 조대식 실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내부인사로 채워졌다. 문화외교국장 역시 결국 개방직이 되지 못했는데, 대신 과장급이 개방직이 됐다. 하지만 개방직 자리에 채용된 사람들은 모두 외교부 출신이다.
이에 대해 신재현 외교부 인사기획관은 "기조실장의 경우 외교부의 전반 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만큼, 개방직으로 지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외교부가 김 전 장관 시절 약속했던 내용을 이행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개방직을 25개나 지정해놓고 사실상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개방직 채용은 공고부터 진행까지 전부 공개돼 있고 외교부 직원들도 응시할 수 있다"며 "뽑는 과정에 참여하는 선발심사위원회도 절반 이상이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는 등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외교부가 '무늬만 개방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은, 실제 전형 절차가 민간인 등 외부인을 '제도적으로' 배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직 응시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채용 절차에서 현직 외교관만이 소화할 수 있는 전형을 도입하는 등 공정 경쟁이 애초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전형 과정 중 떨어지면, 경쟁자에 비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객관적 결과를 가지고 설명을 듣는 경우도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운영 실태는 구태 관행에서 벗어나 새 지평을 수혈할 인재를 영입하고 내부 견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외교부가 군대보다도 서열 문화가 세다는 얘기도 있고, 업무의 특성 때문에라도 순혈주의가 강한 부처 중 하나"라면서 "외부에 외교부 핵심 라인을 개방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