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PD, “'감자별'은 밝고 즐거운 이야기, 결말도 정해졌죠”

[노컷인터뷰] ‘하이킥’ 시리즈 이어 신작 ‘감자별 2013qr3’ 선보이는 김병욱PD


김병욱PD (tvN 제공)
“사람들이 김병욱표 시트콤이 우울하다고 지적하는데 이번 작품은 우울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밝고 즐거운 이야기를 담았어요.”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로 사랑받았던 김병욱PD가 신작 ‘감자별 2013qr3’로 돌아온다. 오는 9월 23일 tvN을 통해 주4회 시트콤으로 방송되는 이번 작품은 2013년 어느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았다.

김병욱PD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전매특허인 재기 넘치는 설정과 화장실 유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상파를 떠나 케이블 채널에서 첫 선을 보이지만 오히려 “제재가 없어 홀가분하다”라며 웃어보였다.

“‘하이킥’ 시리즈는 MBC에서 청소년 시청시간인 오후 7시에 방송되다보니 조금만 문제가 되는 장면이 나오면 매 번 심의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특히 화장실 유머 때문에 많이 부딪히곤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지상파를 벗어난 기념으로 화장실 유머를 마음껏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웃음)

큰 사랑을 받았던 ‘하이킥’ 시리즈는 청춘남녀의 멜로 외에도 21세기의 계급문화와 청년실업 등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아내 국민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즌2격인 ‘지붕뚫고 하이킥’은 식모인 세경(신세경 분)이 주인집 처남인 의사 지훈(최다니엘 분)을 짝사랑하지만 끝내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두사람 모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시즌3격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88만원 세대인 진희(백진희 분)가 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 때문에 김PD의 작품은 시트콤이지만 페이소스가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함의보다는 웃음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김PD는 “이번 작품은 엔터테인먼트적인 기능에 충실했다”라고 강조했다.

“제가 정치적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의식이 있어요. ‘하이킥3’ 때, 이런 이야기를 무리하게 다루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청년실업 문제도 제대로 잘 다뤘어야 했는데, 관념적으로 센 대사를 쓰면 정치적으로 옳은 드라마라고 생각한 게 문제였죠. 이번에는 편하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감자별’의 웃음 포인트는 어디 있을까. 동석한 이영철 작가는 “‘감자별’은 김병욱PD 초기에 했던 색깔이 나는 작품이다. ‘하이킥’ 때 했던 멜로와 미스터리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기존 팬들이 좋아하는 가족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감자별’에는 과거 김PD와 함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의 관록이 엿보인다. ‘하이킥’ 시리즈에서 ‘야동순재’로 사랑받았던 배우 이순재는 노씨 집안의 최연장자로 젊어서 술과 연애를 좋아해 손자들에게도 여자를 많이 만나볼 것을 권하는 ‘노는 할배’ 노송 역을 연기한다.

또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했던 노주현은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져 옆에서 ‘쉬~’를 해줘야 간신히 소변을 보는 노수동 역으로 웃음을 안길 예정이다.

“이순재 선생님이나 노주현 씨는 대본리딩 할 때 가장 웃겨요. 하지만 제가 그분들의 대사톤을 알다보니 오히려 그게 단점으로 다가왔죠. 이번에는 캐릭터를 바꿨어요. 노주현 씨 경우 ‘웬만해선~’때와 캐릭터는 다른데 엉뚱한 짓으로 웃기는 코미디는 비슷하죠. 이순재 선생님은 ‘하이킥3’ 때 청춘물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어른들 캐스팅을 안했는데 그때 많이 서운해 하셨더라고요. 알고보니 ‘하이킥3’ 들어가려고 스케줄도 안 잡아놓으셨대요. 이번에 출연을 부탁드렸더니 단숨에 수락하셨죠.”

김PD는 ‘감자별’의 엔터테인먼트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결말까지 이미 작성해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김병욱 마니아들이 기대하듯 ‘감자별’이 마냥 웃음만을 주는 작품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붕킥’의 엔딩이 욕먹긴 했지만, 우리처럼 약간 비관적이거나 염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지붕킥’의 엔딩이 다른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그러다보니 제가 만드는 코미디가 순수하게 웃기려는 게 아니라 복선을 숨겨놓는다는 혐의가 있어서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마지막 시놉시스까지 짜놓고 결말을 정했죠. 그렇다고 100% 아무 생각없이 봐야 하는 작품은 아닌, 0.5%의 ‘그런 것’이 있어요. 때로 어떤 시청자들은 저보고 시트콤 밖에 안하는 주제에 제가 가진 우울증을 전파한다고 여기시죠. 저 자신도 드라마의 가장 하위장르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런 사람도 어떤 생각을 가졌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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