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 남부 일대에서 170차례에 걸쳐 택시, 버스 등을 대상으로 자해하고 교통사고로 가장해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공갈 및 사기)로 한모(38) 씨를 붙잡았다고 29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 2007년부터 만원권 지폐를 넣었다며 버스요금 1200원을 제외한 거스름돈 8800원을 받아내 약 50회에 걸쳐 약 44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씨는 버스기사가 운행 중에는 요금지급기를 열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 한 씨는 요금지급기 상단에 돈이 어느 정도 쌓였다가 통 안으로 떨어질 때를 노려 천원권 지폐를 넣은 뒤 만원권 지폐를 넣었다고 우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한 씨의 범행은 점차 대담해져서 2008년부터 교통사고로 가장한 범행으로 바뀌었다. 한 씨는 개인택시 등 길을 가는 차량의 백미러를 손목으로 치거나 범퍼에 다리를 대는 수법으로 자해한 뒤 돈을 요구했다.
한 씨는 돈을 주지 않으면 교통사고 뺑소니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운전자로부터 약 10만원을 받는 수법으로 40회에 걸쳐 4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0년부터는 정류장에서 손님을 다 태우고 닫히는 버스 문에 일부러 손을 집어넣어 자해한 뒤 사고로 가장해 버스기사들에게 약 20만원씩 받아내 80여회에 걸쳐 1600여만원을 갈취했다.
한 씨는 택시나 버스 기사들은 교통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징계처분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노려 현장에서 합의를 유도한 뒤 기사들에게 현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자해한 뒤 교통사고라며 돈을 뜯어내는 남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씨의 범행은 막을 내렸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한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전과 13범인 한 씨는 갈취해온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행이 있는지 확인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