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왔지만 어제 발언은 취임 6개월을 맞은 시점인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는 날이어서 작심하고 했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6개월의 소회를 언급하면서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의 개혁도 반드시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계속 국정원의 도움 안 받았다고 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 않나?
= 그렇다. '국정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건 새로운 발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24일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밝혔다.
박 대통령은 6월 24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로부터 서한을 받은 뒤 곧바로 입장을 내놨는데 대선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았음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어제는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습니다."라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첫 공식발언은 '국정원이 도움을 주지도 않았고, 박 대통령이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어제 발언은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고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주어가 국정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뀐 것이다.
청와대나 여권의 핵심관계자들도 사석에서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확고하게 언급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 어제 발언이 의미가 있는 건가?
=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분명한 선긋기'를 한 것인데 '작심을 하고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제(26일)는 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이 지나고 새로운 6개월이 시작되는 첫날인데다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박 대통령이 새삼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조직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저는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민생안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나와 관계없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라’는 취지의 발언인 것이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본인이 지시하거나 모의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며 "내가(박근혜 대통령) 선이고 진리고 진실이라는 무오류에 빠져있는 것 같다"
라고 평가했다.
▶ 지금 정국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때문에 꼬여 있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어떤 방식이던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문제를 풀지 않고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민생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나는 관계없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민감한 부분 얘기하지 마라는 취지"라며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이 문재인 후보를 도운 건 아니지 않으냐며 결자해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은 '몰 정치적'인 발언"이라며 "국회를 무시하고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나와 관계없다는 건 내가 직접 지시하거나 논의하거나 모의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겠지만 내가 하지 않았어도 대선캠프에서 했다면 한 것"이라면서 "국정원 문제의 열쇠는 박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라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민생이 곧 정치인데 정치 없이는 민생도 없는 것"이라며 "민생과 정치는
다른 세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은 왜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거냐?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박 대통령은 스스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위원으로 활동한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확고하게 강조한 것"이라며 "실제로 도움을 받지 않았으니까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대선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원세훈 원장에게 그렇게 촉구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며 "원세훈 원장은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만 바라봤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면서 "국정조사를 하면서 그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를 계속 거론하니까 나는(대통령) 거래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의 친박계 핵심의원도 " 대통령의 말씀 그대로 "국정원 도움 받은 적 없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통령의 말씀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두 번째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평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순간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일 것이고 정권의 정당성이나 정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1cm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했다. 윤 실장은 "박 대통령 본인의 관여 여부와는 별개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인정하는 자체가 논란을 확산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자신을 연계시키지 말아라'는 취지의 발언이면서 야당에 대해 국정원 문제로는 어떤 형식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대통령에게 책임지라고 얘기하는데 도움 받지 않았다. 왜 자꾸 책임져라 하느냐"는 의미의 발언이라며 "특히 315 부정선거 얘기하면서 대통령을 정쟁으로 끌어들이는데 그것에 대해 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대통령께서 민생과 관련해서는 대화를 하겠지만 국정원의 문제로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 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와는 관계가 없으니 그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취지라는 얘기다.
야당이나 검찰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트위터에 (아이디 @hyunmeek) "박대통령 드뎌 '대선 때 국정원서 어떤 도움 안 받았다' 말씀. 본인이 임명한 검찰 수사결과,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 도우려고 불법선거 했답니다. 부정하나요? 아니면 법원에 가이드라인 주는 건가요? 당당하시면 내통책임자 김무성 권영세 검찰수사부터 지시하시죠!"라고 반박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도 "박 대통령이 새삼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문제와는 관계없으니 언급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건 모순되는 얘기 아니냐?
= 박 대통령의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언급과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개혁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언급은 듣기에 따라서는 모순되는 발언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건 국정원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 문맥을 면밀히 살펴보면 국정원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와 자신을 연계하지 마라 대신 국정원 개혁은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시절이나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라며 "저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관계자는 "그동안 국정원의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그동안 고치지 않고 있다가 왜 지금에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이냐? 그렇지만 새 정부에서는 지금에 와서도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개혁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 내부에서 개혁안을 마련해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셀프개혁'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입장표명과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 여야가 대화를 하거나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풀릴 가능성은 있는 거냐?
=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는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습니다"라고 언급을 했지만 이는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생문제가 아니면 만나지 않겠다는 발언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만나는 3자회동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생문제와 대화를 하겠다고 했으니 여.야 원내대표가 함께 만나는 5자회동을 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서 국정원의 개혁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정과 사과, 특검 수용,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문제로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으니까 꼬인 정국이 풀릴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답답하다는 말을 한다. 이 상태로는 여·야간 대화나 타협이 불가능할 것이고 그럴 경우 정기국회에서 민생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민생문제로 대화하겠다는 건 정치를 하지 않고 통치만 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 해법은 없는 것이냐?
= 한 방에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면 이렇게 어렵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꼬인 정국이 풀리지 않을 것이니까 어떤 형식이던지 풀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에 대한 진정성이나 진심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야당이 국정원과 관련해서 한 번에 해결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지금까지는 여.야간 대화로 푸는 형식이었지만 꼬인 정국이 풀리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실장은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았고 혜택을 입지 않았지만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자체는 유감이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국정원 개혁을 하겠다는"는 수준의 유감을 표시하고 교착상태를 대통령이 풀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교수는 "정치란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고 타협하는 것"이라며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화를 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꼬인 정국을 푸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지금의 핵심 논쟁을 새누리당이 풀 수는 없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야당이 대선결과를 재론하거나 불복하거나 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와야지 국정원으로부터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박 대통령의 말대로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진상조사하고 처벌할 사람 처벌하고 개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민생 현안 가지고 회담 하자는 것은 민생에 중심을 두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따로 민생 따로가 어디 있냐 민생 얘기 하다보면 정치 현안 얘기도 나온다"며 일단 야당이 대화에 응할 것을 주문했다.
어떤 형식이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꽉 막힌 정국을 푸는 길은 열쇠를 쥔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