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파리·썩는냄새…화장실보다 못한 '고속도로 수유실' 위생

도공, 애써 만든 수유실관리 방치 사업자 탓만…위생 불량에 이용객 외면

호남고속도로 곡성휴게소 수유실 바닥에 죽은 파리들이 검은 점처럼 붙어 있다. 바닥 청소를 언제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청결 관리 상태가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최창민 기자)
지난 주말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호남고속도로 주암휴게소(천안방향)를 찾은 A씨(28·여)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려고 모유수유실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배고프다며 울며 보채는 아이를 힘겹게 안고 찾은 모유수유실 바닥과 벽에는 죽은 파리 10여 마리가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도 없게 말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들이 앉아서 모유수유를 해야할 의자에도 먼지가 수북했고, 앞서 수유실을 이용했던 엄마들이 앉은 자리만 둥그렇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불결한 위생 상태에도 허겁지겁 우는 아이에게 모유를 주고 달랜 뒤 문을 열고 나왔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잔뜩 담긴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수유실 위치가 식당 바로 옆이었기 때문.

A씨는 “신생아인데 수유하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고, 수유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뛰쳐나오듯이 빠져나왔다”며 “나오는 길에는 음식물 쓰레기까지 보여 이곳이 수유실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남CBS 취재 결과 불과 20여km 떨어진 반대 방면 곡성휴게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유실은 휴게소 식당 옆에 자리잡고 있었고, 바닥에는 죽은 파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반면 수유실보다 이용객이 많은 휴게소 화장실은 시간대 별로 위생 상태를 점검하면서 관리되고 있었다. 청결이 중요한 모유수유실이 화장실보다도 관리가 허술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책임을 맞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측은 CBS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인 휴게소 청결 관리는 사업자가 하도록 돼 있다"며 "별도로 청결 관련 지침을 내리지는 않지만 분기별로 청결 등에 대한 정기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한국도로공사는 인구보건복지협회와 함께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현판식 행사를 가졌다.

도공측은 협약체결 당시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방'으로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휴게소의 모유수유실도 환경개선에 나서 보다 많은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모유수유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공은 2천년대 초반부터 모유수유실 설치를 의무화해 현재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3곳 중 간이휴게소를 제외한 164곳의 휴게소에 모유수유실이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 고속도로 이용객이 늘어나면 수유실을 찾는 엄마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일선 휴게소 모유수유실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고 위생이 불량한 상태로 방치되면서 정부의 출산친화적인 저출산 대책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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