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 및 수도자들은 26일 오전 중구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사태 이후 해고노동자 24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은 보란 듯이 평화롭다"며 "정부와 여야 그 누구도 도탄에 빠진 백성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쌍용차 사태가 벌어진 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며 "거리에서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해온 시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노조와 사측 간의 일이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정부는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만 한다"며 "갈등의 현장이 늘어가는데 풀지 않으려고 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이겠냐"고 일갈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여야가 모르쇠로 일관하더라도 종교는 이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쌍용차 해결을 위한 지속적 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김영미 수녀는 "수도자는 진보나 보수, 좌나 우 때문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것"이라며 "우리의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가도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묵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천주교 사제단은 지난 140여 일 동안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미사를 매일 대한문 앞에서 지냈다.
이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천주교 사제들이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줬고, 대한문 앞 분향소를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도 함께 해줬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