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작금에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 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다"며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조직개편을 비롯한 국정원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정원을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기존 몇 차례 밝혔던 데서 더 나아가지 않은 발언이다.
또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며, 국정원 개혁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발언도 이전의 '셀프개혁' 입장과 동일하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입장표명과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따라서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이 경색된 정국을 풀고 정기국회를 앞둔 정치권을 정상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지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민생안정"이라며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와 금도를 넘어서는 것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파행으로 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국정원 대선 개입을 3.15부정선거와 연결시킨 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지만 '민생과 관련해서'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민생과 관련된 문제는 국회차원에서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여야 원내대표들까지 포함하는 5자회담 형식을 고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야당이 꼬인 정국을 풀자며 제안한 단독회담이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3자회동과도 거리가 있어서 야당의 호응을 얻기를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