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이임식에서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무어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또 "정부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며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특히, 감사업무 처리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소회를 밝혔다.
양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감사원 업무와 관련해 독립성을 해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고 자신이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힘에 부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양 원장은 '안팎의 역류와 외풍'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근 양 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유와 관련해서는 4대강 사업 감사 외압설과 청와대 인사압력설 등이 회자되고 있다.
4대강 감사 외압설은 '4대강은 대운하용'이라는 3차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 당시 양 원장과 현 정권이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양 원장은 국회 감사요구 내용대로 4대강 사업 담합 내용에만 국한해 감사결과를 발표할 것을 주장했지만 청와대 등이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용이었다는 내용까지 발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결국 양 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뜻에 따라 감사결과가 발표됐고 그에따라 양 원장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현 정권 모두로부터 '해바라기 감사'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 사임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인사압력설은 청와대가 김인철 전 감사위원 후임으로 대선기간 박 대통령을 도운 장훈 중앙대 교수를 임명하려하자 양 원장이 이에 반대해 사표를 던졌다는 것.
이 과정에서 양 원장은 장 교수가 캠프 정치쇄신특위 위원과 인수위 인수위원 등을 역임한 것이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야당에서는 "박근혜정부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양건 감사원장 교체’의 진실을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히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양 원장이 사임배경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고 '안팎의 역류와 외풍'이라는 애매한 말을 남긴채 떠남에 따라 양 원장의 사임배경을 놓고 벌어지는 진실게임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