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박근혜 정부 6개월, 후해야 70점"




-박근혜 6개월 '준비부족 함량미달'
-지지율 70%? 자만하다 봉변당해
-남북관계 신축성 발휘는 높이 평가
-정국냉각 해법, 3자회담 뿐
-朴,민주공화국 운영원리 깨달아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임미현 기자 (김현정 앵커의 휴가로 대신 진행)
■ 대담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정치소비자 울림 협동조합 이사장)


어제였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참 일도 많았습니다. 청와대 인사논란, 국정원 국정조사. 그런가하면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던 박근혜 정부의 지난 6개월. 정치권의 평가는 참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과연 이분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전화 연결이 돼 있습니다.

윤여준 前환경부장관 (자료사진)
◇ 임미현> 지난 6개월을 한마디로 총평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윤여준> (웃음) 길고도 짧은 기간이었죠.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긴 시간이었고, 정신없이 보냈다는 점에서는 짧은 시간이었죠. 국정수행과 관련해서는 사실 6개월이라는 게 대통령 취임한 지는 6개월이지만 이 정부가 지각정부예요. 정부를 만드는 데만 두 달 걸렸잖아요.

그러면 새로 장관들이 취임해서 업무 익히는 데 한 달쯤 걸린다고 보고 이제 내각이 업무를 한 지가 석 달밖에 안 되니까 성과를 내놓을 시간이 아니죠. 결과를 놓고 평가하기는 아직 빠르고. 다만 6개월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근거로 해서 특징이랄까 성향 같은 건 이야기할 수 있겠죠.

◇ 임미현> 그러면 특징과 성향은 어떻게 평가를 하십니까?

◆ 윤여준> 글쎄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굉장히 준비가 부족했던 정부고, 국정수행에서도 제대로 된 능력을 별로 보여주지 못해서 자질이랄까 함량도 많이 떨어지는 정부 아닌가, 저는 그렇게 평가합니다.

◇ 임미현> 상당히 깐깐하게 평가하신 거 아닐까요?

◆ 윤여준> 깐깐하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그럼 덮어놓고 좋다고 그래요?

◇ 임미현> 하지만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6개월에 관한 KBS SBS MBC 여론조사에서 60~70%대가 국정운영 잘했다고 나왔다.' 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요?

◆ 윤여준> 물론 수치만 보면 그런데요. 왜 그런지를 따져보면 좀 그렇죠. 그게 전폭적인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라고 하기는 빠르죠. 왜냐하면 성과가 아직 나온 게 없는데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죠. 요인을 다 짚을 필요는 없지만 정부여당으로서는 물론 지지도 수치가 높으면 다행이죠. 일단 다행이긴 한데 그걸 그렇게 일방적으로 해석을 해서 자칫 잘못하면 자만하거나 그랬다가 큰 봉변당할 수 있습니다.

◇ 임미현> 그러면 박근혜 정부 6개월을 점수로 준다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 윤여준> 점수로 하자면 글쎄요. 후하게 주면 70점 정도요.

◇ 임미현> 후하게 줘서 70점. 그러면 좀 더 세부적으로 현재 정부의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한 가지씩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잘한 일은 뭐라고 보십니까?

◆ 윤여준> 역시 남북관계죠. 우선 개성공단이나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가 됐잖아요. 그 성사되는 과정을 보면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면서도 신축성을 많이 발휘했잖아요.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 그런 건 높이 평가해야 되겠죠. 과거처럼 무조건 제재와 압박, 이렇게 가는 건 어리석은 일인데. 그러나 원칙을 포기한 건 아니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신축성을 발휘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건 높이 평가해야 되겠죠.

◇ 임미현> 대북 분야에 있어서는 지난 MB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 윤여준> 많은 차이가 있죠. 기본적인 자세부터 다르고.

◇ 임미현> 그러면 가장 잘못한 것 꼽아보라면 어떤 것일까요?

◆ 윤여준> 결국 정치인데요. 지금 우리가 민주화된 지가 26년째인데, 원내 127개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지금 장외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아주 상징적인 일이거든요. 이건 이유가 무엇이 됐든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 거예요.

◇ 임미현>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국정원의 국정조사 이후에 정국이 더욱 더 얼어붙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이걸 풀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 윤여준> 당연하죠. 왜냐하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데 국가정보원이라는 건 대통령이 지휘감독을 하는 국가정보기관이에요. 그리고 자신이 당선됐던 선거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이 생긴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 원내 제1야당이 대통령을 만나자고 요구를 했는데 그걸 지금 요구한 지가 언제입니까. 아직도 안 만나잖아요.

이건 마치 청와대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을 크게 베푸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니에요.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만나자면 언제든 만나야 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게 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왜냐하면 국민의 대표거든요, 국회의원들이. 잘못 생각하면 국가를 통치하는 건 대통령뿐이다, 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아닙니다. 헌법을 봐도 대통령한테 행정권만 줬어요. 입법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다 헌법기관이라고 하잖아요.

그게 무슨 얘기냐면 통치기구라는 얘기거든요. 국가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같이 통치하라고 국민이 딱딱 권한을 나눠준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대통령이 만나야죠, 야당 대표가 만나자고 그러면. 그걸 베풀거나 양보라는 표현을 쓰는 분들이 있는데 양보가 아닙니다.

◇ 임미현> 당연히 만나야 될 책임이 있다.

◆ 윤여준> 국정의 책임이에요.

◇ 임미현> 그런데 현재까지 기류로 봤을 때 단독회담이든 3자회동이든 성사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 윤여준> 성사가 안 되면... 글쎄요, 이게 풀릴까요? 제가 보기에는 야당도 어차피 장외투쟁을 나왔는데 아무 얻은 것 없이 국회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명분상.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장 정기국회가 곧 다가올 텐데요. 야당이 끝내 장외투쟁을 고집하면 야당도 여론의 비판을 받는 면이 있겠지만 대통령과 여당도 국민의 지지받기 어려워요. 어차피 이 책임은 대통령한테 가는 겁니다, 시간이 더 지나가면...

◇ 임미현> 양측이 필요에 의해서라도 만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시는 겁니까?

◆ 윤여준> 물론이죠. 이거 안 풀고 어떻게 갈 건데요.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뭐라 그랬습니까? 국민대통합을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정당들이 국회에서 하는 거예요, 대부분이. 야당이 저렇게 장외투쟁을 나가 있는 마당에 국민통합을 할 수가 없죠.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대통령이 이걸 풀어야 되고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려면 이걸 풀어야 됩니다. 민주주의 원리로 봐도 풀어야 되고.


◇ 임미현> 하지만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대면서 여러 가지로 대화의 분위기 후퇴, 논란이 증폭된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있는데요?

◆ 윤여준> 그건 제가 보기에 민주당이 조금 지나친 표현을 쓴 건데요. 물론 분노가 격하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간 것 같은데. 청와대가 한 번 거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그걸 다른 걸로 포용하면 오히려 청와대가 돋보이는 거 아닌가요. 그걸 또 구실로 끝내 안 만나려고 하는 것도 구차해 보이죠, 왜소해 보이고 편협하잖아요.

◇ 임미현> 그런데 장관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몰랐고, 국정원의 개혁도 요구했다. 그러니 문제가 없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윤여준> 문제없다고 볼 수가 있나요? 검찰 수사 결과가 당장 나와 있잖아요. 그거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까? 다만 정도가 대통령 선거 결과 뒤집을 만한 정도로 개입했느냐 하는 건 따져봐야 되겠지만 지금 문제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지금 검찰하고 경찰이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치고받고 하잖아요. 저런 것도 청와대가 빨리 조정을 해야죠. 국민 입장에서 볼 때는 경찰도 정부, 검찰도 정부인데.

◇ 임미현> 그럼 결국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야당이 만나는 것이 해법이라는 말씀.

◆ 윤여준> 그렇죠. 그러니까 만나야 돼요. 여당 대표가 3자회담을 제안했잖아요. 3자가 못 만날 이유가 뭐 있습니까? 만나서 야당 얘기를 충분히 듣고 잘못된 거 있으면 사과하고 부탁할 건 부탁하고 야당 이해 구할 것은 이해 구하고. 그럼 야당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거 아니겠어요? 우선 만나야 됩니다. 남북도 대화를 하면서 여야, 대통령과 야당이 대화를 안 하려고 합니까?

◇ 임미현> 그런데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까지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답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 윤여준> 그거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답할 수 있죠. 야당도 지금 그걸 100% 관철하겠다는 건 아닐 거 아니겠어요?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서로 양보하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그게 겁나서 안 만나는 건 아닐 거 아니겠어요? 거기에 대한 대답이 궁해서 안 만나는 건가요? 그렇게 볼 수는 없죠.

◇ 임미현> 그렇군요. 지금 주제는 아닙니다만,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여쭤보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을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윤여준> 저는 처음부터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여당이 불신한다고요. 잘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 그런 거잖아요. 경찰도 검찰 수사가 조작했다는 거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건 특검으로 가야죠.

◇ 임미현> 특검으로 가야 한다.

◆ 윤여준> 세상에 검찰 수사 결과한 것을 여당도 안 믿고 검찰도 조작했다 그러면 그거 어떻게 하겠어요. 당연히 밝혀야죠. 이거야말로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네요.

◇ 임미현> 알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4년 반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10% 왔다고 봐야 될 텐데요. 앞으로 갈 길이 먼데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이것만큼은 박근혜 대통령이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조언하거나 내지는 전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해 주십시오.

◆ 윤여준> 저는 아주 원론적인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어떻게 보면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잖아요. 민주공화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알아야 돼요. 어떤 성격의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냐. 그럼 민주공화국은 어떤 원리로 국정을 운영해야 되는 것이냐를 알아야 됩니다, 대통령이.

이걸 잘 모르면 자신이 취임 선서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하잖아요. 자기가 준수해야 될 헌법을 잘 모르는 것같이 느낄 때가 많아요. 우선 민주공화국이라는 게 어떤 나라며 어떤 운영원리로 국정을 이끌어야 되는 건지 잘 좀 깊이 성찰했으면 좋겠고요.

또 하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아버지가 통치하던 60년대, 70년대하고는 규모 면에서나 다원화된 면에서나 엄청나게 바뀐 나라입니다. 엄청나게 나라가 커졌고 굉장히 다원화돼 있어요. 그렇죠? 이제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국정이 운영되고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던 시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3공 때는 과대성장을 하고 사회가 과도성장을 해서 국가가 모든 걸 이끌어갈 때지만 지금은 사회가 엄청나게 커졌잖아요, 민주화되면서. 대통령의 의지대로 국정이 팍팍 운영이 안 됩니다. 반드시 국민의 의사 물어야 되고 야당의 동의를 받아야 되는 거예요. 이게 민주공화국의 운영원리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 두 가지만 좀 성찰을 해 주면 저는 훌륭한 대통령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딱 두 가지가 제대로 제가 볼 때는 인식이 투철하지 않아서 이런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저는 봐요.

◇ 임미현>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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