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오심은 절대 없어야 한다

치열한 레이스 속 순위에 결정적 영향 미칠 우려

'포청천을 기대합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24일 대구 두산전에서 6회말 박한이의 번트가 아웃이 되자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를 하고 있다.(사진=삼성 라이온즈)
시즌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갈수록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2013 프로야구. 4강 싸움에 사활을 건 각 팀들의 매 경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경쟁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게 오심성 판정이다. 가뜩이나 올 시즌 판정 논란이 자주 불거진 가운데 석연찮은 판정은 막판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SK, 나란히 억울한 판정

23일 대구 삼성-두산전에서는 어이없는 오심이 나왔다. 삼성이 3-6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 2루에서 박한이가 3루 쪽 번트를 댔다. 느린 타구를 두산 투수 윤명준이 잡아 송구했지만 이에 앞서 박한이의 발이 1루 베이스를 밟았다.

하지만 육안으로도 세이프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판정은 아웃. 박한이는 거푸 억울함을 호소하고, 류중일 삼성 감독까지 나와 항의했지만 이미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무사 만루의 기회가 1사 2, 3루로 바뀌었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최형우, 이승엽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만회점을 내지 못했다. 삼성은 4-13 대패를 안았다.

23일 문학 SK-LG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SK가 3-7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에서 박정권의 타구를 잡은 LG 유격수 권용관이 2루를 밟고 1루로 송구, 병살타를 만든 순간이었다.

하지만 권용관이 2루 베이스를 밟기 전 송구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공이 손을 빠져 나간 뒤 베이스를 밟아 1루 주자 최정은 아웃이 아닌 세이프가 돼야 했다. 1사 2루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둔갑한 셈이었다. SK도 6회 득점에 실패하며 5-11 패배를 안았다.

이날 2개의 석연찮은 판정은 선두권과 4강권 판도와 관련이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나왔다. 1위 삼성이 2위 LG와 승차가 없어졌고, SK는 4위 넥센과 승차를 좁히지 못했다.

물론 판정 당시 점수 차가 상당해 역전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야구란 9회가 끝날 때까지 모르는 것이라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승리를 거둔 두산과 LG 입장에서도 찜찜한 대목이다.

▲최대 피해자 넥센, KIA도 후유증 심각

올해는 유독 오심성 판정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단 1경기가 아니라 그 여파가 이후 해당팀의 침체로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센이다. 넥센은 지난 6월 15일 잠실 LG전 0-0으로 맞선 5회 수비에서 명백한 아웃이 세이프로 선언되면서 0-9 대패를 당했다. 심판위원장이 오심을 인정하고 해당 심판이 2군으로 내려가며 사태를 수습했지만 넥센은 당시 음주파문까지 겹치며 8연패에 빠지며 선두권에서 4위권까지 내려가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넥센은 또 지난 9일 목동 SK전에서도 석연찮은 판정에 울었다.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김민성의 땅볼 때 1루 주자 유재신이 상대 태그에 앞서 2루를 밟았지만 아웃이 선언됐다. 결국 넥센은 이날 4연패를 끊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 KIA는 올 시즌 삼성전 석연찮은 판정의 후유증으로 힘겨운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선동열 감독(왼쪽)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사진=KIA 타이거즈)
KIA 역시 판정과 관련해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6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5-4로 앞선 9회말 상대 정형식의 도루 상황이었다. 타이밍 상 아웃이었지만 태그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세이프 판정이 됐고,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다음 날은 2-2로 맞선 7회말 김주찬의 타구가 안타가 됐다가 아웃으로 번복됐다. 4심 합의 끝에 판정은 맞았지만 KIA는 전날 패배의 억울함까지 더해 강하게 항의했다. KIA는 올 시즌 삼성전 부진을 씻어내지 못하고, 4강 희망도 옅어진 상황이다.

▲시즌 막판 승부 영향 미칠 오심 없애야

물론 심판도 사람이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다. 혹독한 더위와 연이은 일정에 심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중계 기술의 발달로 미세한 부분까지 보여주는 화면으로 팬들의 수준도 높아져 판정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하지만 자질 문제까지 거론될 만큼 심각한 오심은 경기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다. 더욱이 피말리는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시즌 막판이면 오심성 판정의 피해는 배가된다. 더욱이 특정팀에 대한 석연찮은 판정은 쓸데없는 소문까지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메이저리그가 내년부터 비디오 판독 기회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단 올 시즌은 심판들의 명쾌한 판단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치열한 순위 싸움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는 프로야구 막판, 판정이 야구 열기를 더욱 달구는 순작용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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